마리아 메리안, 세상이 보지 못한 곤충의 변화를 아름답게 그려 내다
벌레나 좋아하는 여자애를 누가 좋아하겠어? 하지만 그 무엇도 곤충을 사랑하는 소녀의 열정을 막을 수 없었어요. 소녀는 알고 있었거든요. 모든 생명에게 저만의 아름다움이 있다는 걸요. 놀라운 관찰력으로 가장 세밀한 그림을 그려 곤충의 아름다움을 세상에 알린 그 소녀는 바로 곤충학자이자 화가 마리아 메리안이랍니다.
높이 날아오르기 위해서는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해요
높이 날아오르기 위해서는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해요
어떻게 애벌레가 아름다운 나비로 변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이미 수업 시간에 배워서 알고 있어요. 하지만 옛날에는 어땠을까요? 마리아 메리안이 살던 17세기만 해도 사람들은 곤충이 악마의 비법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했어요. 이러한 잘못된 인식 속에서도 메리안은 어렸을 때부터 곤충과 식물을 관찰하고 그리는 것이 좋았어요. 어린 시절의 단순한 호기심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누에를 직접 기르고 관찰하면서 메리안은 평생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지요. 바로 곤충의 멋진 변화를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일이에요. 나비가 되어 날아오르기만을 기다리는 애벌레처럼 메리안은 오랫동안 수많은 책을 읽고 먼 나라에서 온 곤충과 식물의 표본들을 관찰하고 연구했어요. 마침내 메리안은 직접 그린 곤충 그림과 함께 서식지, 먹이를 하나의 구성으로 묶어 책에 담았어요. 그 책을 통해 사람들은 그동안의 잘못된 생각에서 벗어나 곤충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이제야 비로소 메리안의 외침이 세상에 닿기 시작한 거예요.
‘다른 여자아이들처럼 인형 놀이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정해져 있지 않아요
메리안의 엄마는 딸이 다른 여자아이들처럼 인형 놀이를 하고 자수를 놓기를 바랐어요. 하지만 메리안은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답니다. 결혼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서도 메리안은 곤충을 관찰하고 그리는 일을 내려놓지 않았어요. 쉰 살이 넘는 중년 여성이 젊은 남성들도 버티기 힘든 열대 지방을 탐험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모두가 말렸을 때도 메리안은 꿋꿋이 배에 몸을 실었어요. 약 2년 후 네덜란드에 돌아와 남아메리카의 수리남에서 발견한 곤충에 관한 책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자 사람들은 깜짝 놀랐어요. 세상에 없던 책이었거든요. 학계에서도 메리안의 발견에 주목했어요. 많은 사람이 메리안의 업적을 높이 평가했어요. 메리안이 세상을 떠난 후 독일은 메리안의 초상화를 오백 마르크 지폐에 실었답니다. ‘여자는 아무 쓸모 없어!’. ‘곤충은 악마가 만들어 낸 거야.’ 여러 가지 편견으로 가득 찬 사회에서 메리안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택한 용기 있는 여성이자 개척자였어요.
17세기에 태어난 마리아 메리안은 어렸을 때부터 꽃과 벌레에 관한 관심이 남달랐어요. 모두가 벌레를 혐오하던 시대였지만 메리안은 굴하지 않고 어두운 다락에서 벌레를 관찰하여 누구보다도 세밀하게 그림을 그려 나갔어요. 메리안은 한평생 곤충과 식물을 관찰하고 그리며 사람들이 품고 있던 곤충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어요. 여성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여기던 시대에 메리안은 여러 가지 편견과 맞서 싸우며 자신의 길을 개척한 거예요.
바위 위로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끈기 있게 노력해 자신의 꿈을 이루어 낸 여성들의 이야기예요. 자신의 삶을 통해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건강한 도전 정신과 새로운 희망을 심어 주는 그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곁에 있었어요. 그들의 삶과 그들의 삶에서 울려 퍼지는 외침을 우리는 기억해야만 해요.
01 말랄라
02 에이다
03 거미 엄마, 마망-루이스 부르주아
04 제인 오스틴
05 세상은 네모가 아니에요-자하 하디드
06 한 권의 책으로 세상을 바꾸었어요-하퍼 리
07 점동아, 어디 가니?-김점동
08 동물학자 템플 그랜딘
09 눈만 뜨면 눈 걱정-패트리샤 배스
10 펜으로 만든 괴물-메리 셸리
11 외치고 뛰고 그리고 써라!-탐사 보도의 개척자, 넬리 블라이
12 시골은 시골로 남겨 둬야 해-자연을 그리고 가꾸고 지켜 낸 베아트릭스 포터
13 엎드려 관찰하고 자세히 그렸어요-곤충을 사랑한 화가, 마리아 메리안
지은이 김주경
대학에서 디자인을 공부했지만, 이야기를 상상하며 그림 그리는 게 좋아서 그림책 작가가 되었습니다. 그린 책으로 『폭탄머리 아저씨와 이상한 약국』, 『101가지 책 사용법』, 『어느 날 가족이 되었습니다』, 『날아라, 삑삑아!』, 『고구려 평양성의 막강 삼총사』, 『콩 한 알과 송아지』, 『책 고치는 할아버지』, 『외치고 뛰고 그리고 써라!-탐사 보도의 개척자, 넬리 블라이』 등이 있고, 쓰고 그린 책으로는 『누구게?』와 『또 누굴까?』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