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모든 것들을 응원하기 위해 세 작가가 뭉쳤다
지구에 태어난 모든 생명은 권리를 가지고 있어요. 인간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다른 생명과 더불어 살아갈 권리를요. 이건 의무이기도 해요. 지구 생명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서로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니까요. 인간과 동물이, 인간과 식물이, 인간과 인간이 말이에요. 하루에도 수없이 길가에 버려지는 반려동물들, 각종 개발을 위해 쉼 없이 파괴되는 숲들,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 삶을 놓아 버리는 사람들……. 이들이 겪는 고통과 슬픔은 끝나지 않고 우리에게 고스란히 전염되어요. 버려진 개들은 들개가 되어 사람들을 공격하고, 숲이 없어진 자리에는 미세먼지가 치솟고,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이 삶을 포기하지요. 그래서 어떤 생명도 그저 방치되어서는 결코 안 돼요. 우리는 동물과 식물과 그리고 다른 사람과 마주해야 해요. 얼굴을 마주 보고 그들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들어야 해요. 이선주, 길상효, 최영희 작가가 마음을 모아 쓴 『너를 만났어』에는 그들의 목소리와 그들을 향한 눈부신 응원이 담겨 있어요.
작은 것들을 위한 ‘생명 존중 동화’ 『너를 만났어』
이 책은 이선주, 길상효, 최영희 작가가 ‘생명 존중’이라는 키워드로 쓴 생명 존중 앤솔러지예요. 이들이 바라보는 생명과 그 생명의 이야기는 놀라우리만치 다양하고 섬세하며 그리고 다정해요. 곁에 있지만 들리지 않고 보이지도 않던 작은 생명들의 소리 없는 몸짓을 이만큼 잘 담아낸 책은 또 없을 거예요. 그저 어리고 귀여운 강아지를 갖고 싶었을 뿐인데 늙고 골골대는 개를 ‘내돈내산’으로 떠맡게 된 아이. 엄마 등쌀에 떠밀려 좋은 학군의 학교로 1년짜리 전학을 왔지만 같은 반 친구들이 아니라 죽은 나무를 살아 있다고 우기는 할머니와 친해지기로 마음먹은 슬아. 몽타주를 봉타주랑 헷갈리지만 마음 따뜻하기로는 으뜸인 5학년 희아와 툴툴대면서도 그런 누나와 쿵짝이 잘 맞는 2학년 찬이가 결성한 뭐허냐 탐정단. 이들이 들려주는 하하 호호 가슴 찡한 이야기를 기대해 주세요.
늙은 개와 어린 새 주인의 좌충우돌 동거기 「빗자루는 하나뿐」
이선주 작가가 쓴 『너를 만났어』의 첫 번째 이야기예요. 어리고 귀여운 강아지가 갖고 싶어 한 푼 두 푼 용돈을 모아 마침내 마음에 꼭 드는 강아지를 사게 된 아이가 주인공이에요. 알고 보니 그 강아지는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늙은 개였지만요. 사기를 당한 게 분하고 억울하지만 그래서 개를 몰래 버릴 계획도 짰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는 게 함정이었죠. 개를 버리려는 자기 모습이 마치 엄마와 이혼하고 엄마에게 자기를 버려두고 간 아빠 같았으니까요. 늙고 병든 개 빗자루와 그런 빗자루가 못마땅하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시중을 들게 된 주인공의 좌충우돌 동거기를 읽다 보면 아마 시간 가는 줄 모를 거예요.
작지만 소중한 것들이 건네는 「아주 작은 인사들」
길상효 작가가 쓴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군인인 아빠 때문에 반복되는 전학에 지친 슬아가 주인공이지요. 이번 전학은 마치 게임의 끝판왕 같았어요. 엄마가 좋은 학군에 욕심을 내고는 1년짜리 전학을 시켰거든요. 그래서 슬아는 보란 듯이 학교생활을 힘들어하겠노라 다짐을 했죠. 하지만 말없이 민들레꽃을 주고 간 같은 반 연우와 죽은 나무가 살아 있다고 우기는 할머니를 만나게 되면서 아주 작지만 소중한 것들과 마주하게 돼요. 나무가 사라질 때 함께 사라지는 것들을요. 나무에 구멍을 뚫고 사는 벌레들, 가지에 줄을 치고 사냥하는 거미들, 나비가 잎에 낳은 알과 자라나는 애벌레들, 그 애벌레를 잡아먹는 새들, 가지에 튼 둥지와 그 안의 새알과 어린 새들……. 그리고 마침내 죽은 줄만 알았던 나무에서 가져온 나뭇가지에서 연둣빛 새잎이 나는 것을요.
허술한 탐정단과 수상한 중학생의 밀고 당기기 「뭐허냐 탐정단과 수상한 중학생」
최영희 작가가 쓴 마지막 이야기예요. 큭큭 웃음이 새어 나오다가 코끝이 찡해지는 코지 미스터리 소설이지요. 황제빌라의 놀이터를 작전 본부로 삼고 사건을 의뢰받는 뭐허냐 탐정단의 첫 사건을 다루었답니다. 탐정단을 만든 뒤로 단 한 건의 사건 의뢰도 들어오지 않아 만날 놀이터에서 놀던 5학년 희아와 2학년 찬이는 마침내 수상한 냄새가 나는 중학생 언니를 만나게 돼요. 남의 빌라 1층 현관 비밀번호를 물어보는 ‘도둑’을요. 그런데 자꾸만 도둑이 아닌 것처럼 구는 거 있죠? 남의 빌라에 택배 기사를 따라 몰래 들어가서는 물건은 안 훔치고 마냥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거예요. 의심의 눈초리를 쏘아 대던 찰나, 늘 분노에 차 있는 쥐방울만 한 치와와 타이거가 짖는 소리가 ‘왕왕!’ 울려 대지 뭐예요. 이크, 물리기 전에 잽싸게 도망쳐야 해!
“휴가철만 되면 섬에 버려지는 강아지와 고양이가 는다고 합니다. 그런 기사를 읽을 때면 마음이 아픈 것을 넘어 환멸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귀여울 때 데려와 키우다가 귀찮아지면 버리는 것입니다. 마치 물건처럼요. 생명과 물건은 같을까요? 다를까요? 이런 의문이 「빗자루는 하나뿐」의 출발점이었습니다.”―이선주
“여섯 단계만 거치면 전 세계의 누구와도 연결된다는 말처럼 이제는 북극곰과 나, 구상나무와 내가 어떻게든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게 되었어요. 아니, 처음부터 연결되어 있었지만 이제야 깨닫기 시작한 것 같아요. 그렇다면 지금이야말로 더 늦기 전에 인사를 건넬 때인 것 같고요.”―길상효
“우리의 마음은 어느 날은 희아처럼 씩씩했다가 또 어느 날에는 수상한 중학생처럼 울며 헤매기도 합니다. 인생이란 동네 놀이터와 먼 공원 숲의 어둑한 구석 자리를 두루 거쳐 가는 일이니까요. 그래도 서로가 몸으로 외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손을 내민다면 어두운 곳에서도 빛을 찾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오늘부턴 여러분이 뭐허냐 탐정단입니다.”―최영희
지은이 이선주
장편 소설 『창밖의 아이들』로 제5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청소년 소설 『맹탐정 고민 상담소』 『띠링! 메일이 왔습니다』와 동화 『그냥 베티』, 그림책 『바위를 껴안은 호텔』 『외치고 뛰고 그리고 써라!』와 <태동아 밥 먹자> 시리즈를 썼습니다.
지은이 길상효
엄마가 되어 어린이 책을 다시 손에 쥔 이후로 어린이, 청소년들과 함께 독서와 글쓰기를 하고 있습니다. 『엄마는 태양의 여자예요』 『점동아, 어디 가니?』 등을 쓰고, 『산딸기 크림봉봉』 『살아남은 여름 1854』 등을 옮겼습니다. 중편 소설 「소년 시절」로 제3회 한국과학문학상 가작을, 동화 「깊은 밤 필통 안에서」로 제 10회 비룡소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지은이 최영희
책상에 오래 앉아 있는 일을 제일 못하는데, 억지로 앉아서 글을 씁니다. 대신 원고료가 들어오면 문방구로 달려가서 예쁜 펜과 엽서, 스티커를 사고 종일 돌아다닙니다. 지금 동네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어린이들, 길가에서 마주친 아이들 모두가 동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장편 소설 『꽃 달고 살아남기』로 제8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단편 소설 「안녕, 베타」로 제1회 한낙원과학소설상을 받았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알렙이 알렙에게』 『써드』 『인간만 골라골라 풀』 등이 있습니다.
빗자루는 하나뿐
아주 작은 인사들
뭐허냐 탐정단과 수상한 중학생
작가의 말
“동물은 생명이야. 물건처럼 사고파는 게 아니야.” 버릇없어 보일 걸 알았지만 나는 비웃을 수밖에 없었다. 애견 숍에 가면 개껌 옆에서 개를 팔고 있다. 내 눈으로 똑똑히 봤다. 그런데도 사고팔 수 없다니? 이건 마치 강아지를 보고 고양이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_10쪽
장난감은 똥을 싸지 않는다. 처음부터 잘못된 생각이었다. 개는 장난감과 아예 다르다. 개는 세 살짜리 사촌 동생이랑 닮았다. 고장 난 장난감은 버리면 되지만, 사촌 동생은 아무리 시끄럽게 굴어도 버릴 수 없다. 만약 사촌 동생을 버렸다간 나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확신했다. 뭔가 잘못됐다는 걸……._25쪽
할머니 편을 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파트에서 계획한 일을 할머니가 막는 건 잘못인 것 같지만, 나무를 놓고 흉물이니 재산이니 하는 사람들은 더 이상해 보였다. “맞아, 아파트 값에 당연히 뷰도 포함이지.” 누군가가 맞장구를 쳤다. 뷰라는 건 경치라는 뜻 같은데 돈을 주고 사면 뷰라고 부르는 모양이었다._62쪽
우리 아파트에 옮겨 심겼다가 몇 개월 만에 사망 판정을 받고 또다시 뽑힌 거고. 그 나무에도 지난여름에 매미가 알을 낳았을까. 그랬다면 그 알들도 함께 버려졌다는 뜻이 된다. “나무 하나가 사라지면 그 나무 하나만 사라지는 게 아니지.” 콩나물을 다듬던 할머니가 말했다. 연우와 나는 입속에서 얼음을 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_78쪽
“생각 병이 도진 중학생이구먼.” “생각 병이 도진 게 뭐예요?” “뭐긴, 혼자 생각에 빠져서 몇 시간이고 제자리에 멍 하니 앉아 있는 거지.” “그럼 수상한 점은 없는 거예요?” “수상할 게 뭐 있어. 저맘때 애들 종종 그려.” 희아와 찬이는 탈래탈래 놀이터로 돌아왔다. 생각 병이 도진 중학생한테는 벌써 흥미를 잃었고 아까 하려던 일이나 하기로 했다._100쪽
중학생은 창문 너머 하늘 어딘가를 보고 있었다. 희아는 슬며시 심통이 났다. 도둑인 줄 알았던 사람이 자꾸만 도둑이 아닌 것처럼 굴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희아는 중학생에 대한 의심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었다. 그냥 하늘을 구경하려고 남의 빌라에 들어온다는 건 말이 안 되니까. 분명히 저 언니에겐 뭔가 비밀이 있었다. 뭐허냐 탐정단이 끝끝내 밝혀내고야 말 비밀이!_113~11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