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아냐, 넌 무엇이든 할 수 있어.”
말이 감옥이 된 세상,
언어폭력의 굴레를 벗어날 용기와 연대의 이야기
‘네가 뭘 할 수 있겠어?’, ‘넌 어려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꿈도 꾸지 마!’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말은 화살이 되어 상처를 남기기도 하지만 지속적인 언어폭력은 단단한 쇠창살이 되어 몸과 마음을 가둬요. 그렇게 서서히, 자신도 모르게 말의 감옥이 만들어집니다. 정우는 감옥의 삶이 이상하다는 걸 알고 있지만,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아요. 슬픔이나 분노도 없지요. 그저 덤덤히 자신의 감옥을 받아들일 뿐이에요. 그냥 나오면 안 되냐고요? 글쎄요, 남들에겐 열린 감옥처럼 보일지라도 정우의 마음은 단단히 잠겨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아이’를 본 후 정우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해요. 오랫동안 웅크린 듯 어둠과 하나가 된 아이. 정우는 아이가 궁금해요. 손을 한번 뻗어 볼까? 아이야, 잠깐 이리 와 봐!
어떤 말은 마음을 가두지만, 소통은 마음을 두드리니
우리는 모두 말을 들으며 자라요. 말을 들으면서 말을 하는 법을 배우고, 서서히 말이 가진 뜻을 이해하며 행동을 하나씩 바꿔 나가요. 그래서 어른들은 아이들 앞에서 말을 조심스럽게 하거나 아낌없는 칭찬과 응원을 보내요.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게, 말은 마음을 여는 가장 첫 번째 열쇠니까요. 그런데 그 열쇠를 가지고 더 단단한 자물쇠를 채우는 어른들도 있대요. 마음이 더 자랄 수 없게, 더 구석진 어둠으로 몰아넣는 나쁜 말을 하는 어른들요. 가시 돋친 말은 단단한 기둥이 되어 아이를 가둬요. 아이는 이상하다는 걸 알면서도 벗어날 수 없어요. 나는 나쁜 아이니까. 그래서 감옥에 갇힌 거라고. 점점 체념할 뿐이에요. 우는 얼굴은 안타깝지만, 우는 법을 잃어버린 아이의 얼굴은 더 슬퍼요. 누가 아이의 마음을 꽉 잡아 가둔 걸까요?
‘처음으로 ‘함께’라는 말을 소리 내 보았다‘
이 책은 말의 힘과 연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어떤 말은 아이를 가두지만, 어떤 말은 그늘진 아이의 마음에 빛을 내주고, 싹을 틔우게 해요. 부정과 비난의 말을 들은 아이는 자신을 사랑할 수 없지만, 이해와 격려를 받은 아이들은 자신과 함께 남들도 사랑할 줄 알게 됩니다. 할 수 있다는 말,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 너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응원한다는 말. 마음을 헤아려 주고 공감해 주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열쇠보다 강한 힘으로 쇠창살을 부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러기 위해선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고, 나에게 내민 손을 꽉 잡을 용기도 필요해요.
편견을 향해 던져야 할 메시지
<내 손을 잡아 줘요>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로 돌아온 김흥식 작가는 아이의 한계를 옥죄고 편견을 만드는 말들을 쇠창살과 감옥이라는 비유로 그려 냈어요. 김흥식 작가는 전작인 『아빠의 술친구』 『그렇게 나무가 자란다』 『무인도에서 보내요』처럼 가정 폭력과 아동 학대 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보여 주고 있어요. 이번 『감옥에 갇히면』에서도 언어폭력과 편견의 잣대로 소외된 아이들을 통해 말이 주는 상처가 얼마나 위험한지, 편견에 갇힌 생각들이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무엇보다 연대가 갖는 힘이 얼마나 강한지를 깨닫게 해 줍니다. 말은 사람을 틀에 가두기도 하지만, 그 틀을 깨뜨릴 수도 있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어요. 편견이라는 감옥을 부수기 위해, 우리는 서로를 공감하며 꾸준히 창살 사이로 손을 내밀어야 해요. 소외된 아이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자신들을 힘껏 외칠 수 있도록 격려와 응원의 목소리에 힘을 보태야 합니다.
정우는 부정적인 말로 만들어진 감옥에서 태어났어요. 정우가 자랄수록 쇠창살의 개수는 점점 늘어 갔고, 결국 감옥은 정우의 세상이 되고 말아요. 감옥 밖을 나갈 수 있는 나이가 되어도 기어코 나가진 않아요. 대신 정우는 감옥 밖의 세상을 바라봐요. 바깥의 아이들은 썰매와 자전거를 타거나 공놀이와 산책을 즐기고 있어요. 하지만 자신과 다른 아이들을 바라볼수록 쇠창살은 정우를 점점 더 핍박할 뿐이에요.
지은이 김흥식
두 개의 이름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흥흥이라는 이름으로 『팔팔어묵탕』 『구이 꼬칫집』 『도서관을 꿀꺽한 공룡』 『놀이공원을 꿀꺽한 공룡』 『비행기를 꿀꺽한 익룡』 『우주선을 꿀꺽한 공룡』을 쓰고 그렸고, 『초조함 공장』 『지루함 공장』 『엄마가 공룡이라고?』 『아빠가 공룡이라고?』 『누나가 공룡이라고?』 『내가 공룡이라고?』를 썼습니다. 김흥식이라는 이름으로 『아빠의 술친구』와 『그렇게 나무가 자란다』를 썼고, 『무인도에서 보내요』를 쓰고 그렸습니다.
<내 손을 잡아 줘요> 시리즈 소개
<내 손을 잡아 줘요> 시리즈는 아동 폭력을 다룬 그림책 시리즈입니다. 가정 폭력 혹은 언어폭력으로 세상과 단절된 채 고립된 아이들이 우리 주변에 많습니다. 눈에 띄기 쉽지 않지만 우리 주변에 분명히 존재합니다. 아이들은 도움이 필요하다며 주변인에게 손을 내밀거나 혹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아이들끼리 공감하며 서로 손을 맞잡아 연대합니다. 손을 잡아 달라는 작은 외침으로 아이들이 푸르른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그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