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꼬리가 되어 줘

  • 지은이: 하유지

꼬리 없단 이유로 없는 사람 취급받아 온 지난날……

꼬리 이식만 받으면 다 괜찮아질 줄 알았다!

내 꼬리가 되어 달란 염원에 답하는 꼬리의 물음

“당신의 소망은 정말로 당신의 것인가요?”

『내 꼬리가 되어 줘』는 하유지가 자신의 단편소설 「독고의 꼬리」에서 펼쳤던 세계관을 확장해 만든 이야기다. 모든 사람에게 꼬리가 달린 어느 세계에서, 꼬리는 사회적 지위의 상당 부분을 대변한다. 아름다운 꼬리는 선망의 대상이 되고, 볼품없는 꼬리는 무시당한다. 설정만으로도 많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이 책은, 꼬리 없이 태어난 주인공 단새미가 꼬리를 이식받은 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아주 멋진 꼬리를 이식받아 지난 15년의 설움을 해소할 꿈에 부푼 것도 잠시, 새미는 꼬리에 얽힌 예상치 못한 비밀로 인해 혼란에 빠진다. 책은 새미의 갈등을 통해 독자에게 욕망과 정체성, 그리고 타인의 시선 속에서 개인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를 묻는다. 꼬리를 둘러싼 등장인물들의 복잡한 심리가 세밀하게 묘사되며 몰입감 넘치는 사건을 만들어 내고, 꼬리의 정체와 새미의 결단에 대한 기대가 독자를 끝까지 책 속으로 끌어당긴다.

꼬리 달린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계, 꼬리 없이 태어난 새미는 15년의 기다림 끝에 아주 아름다운 꼬리를 이식받는다. 그 후 꿈꾸던 평범한 삶을 넘어 선망의 대상이 되지만, 가끔은 꼬리에 자아라도 있는 듯 통제가 어렵다. 그러다 새미는 꼬리의 원래 주인이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리고 여러 질문을 안은 채, 그가 살고 있다는 ‘꼬리 없는 마을’을 찾아 떠난다.

꼬리, 세상의 요구를 내면화한 이름

멋진 외모, 좋은 성적, 값비싼 옷, 이름난 대학교……. 사람들은 언제나 더 나은 자신을, 더 나은 삶을 기대하고 열망한다. 이런 욕구는 당연하게도 개인의 내면에서 발현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개인의 욕망은 더 나아 ‘보이는’ 자신, 더 낫다고 ‘인정받는’ 삶에 치우쳐 있을 때가 많다. 『내 꼬리가 되어 줘』는 꼬리 달린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계에서 꼬리 없이 태어난 단새미의 이야기를 통해 ‘꼬리’, 즉, 열망이라는 감정을 탐구한다.

꼬리가 없는 새미는 자신을 ‘이 세상에 없는 사람’처럼 느낀다. 꼬리가 없다는 이유로 학교조차 나가지 못하고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산다. 부모님은 그런 새미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꼬리 이식 수술비를 마련하려 애쓴다. 사실 새미가 사는 세계에서 꼬리는 그 자체로 아무런 기능을 하지 않지만, 역설적으로 사회 속 자신의 위치를 인정받기 위한 필수 요소로 작동한다. 아예 꼬리가 없어 그 존재마저 부정당해 온 새미는, 세상이 요구하는 대로 꼬리를 달고 ‘정상인’이 되어 높든 낮든 사회 안에 자신의 자리를 마련하고 싶어 한다. 새미가 열망한 것은 꼬리 그 자체가 아니라, 꼬리를 통해 얻게 될 사회적 인정이다.

새미는 마침내 꼬리 이식 수술 기회를 얻고, 기증자인 진미아를 만나러 간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진미아는 새미에게 뜬금없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꼬리 없는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는 다른 우주에 관한 이야기다. 인간의 욕망이란 거, 상어 이빨하고 비슷하지 않아? 한 가지 욕망이 빠져나가면 그 자리를 다른 욕망이 차지하잖아. 꼬리 없는 사람들 세상에서도 꼬리 말고 다른 것이 꼬리를 대신할 거야. 빠지면 새로 나는 이빨처럼.” 진미아의 말은 새미에게, 그리고 꼬리 없는 세계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묻는다. 여러분에게는 정말로 꼬리가 없느냐고.

 

꼬리를 단 채로, 혹은 베어 낸 채로, 어쨌든 나로 서기

단새미는 진미아의 꼬리를 이식받아 ‘정상적인’ 일상으로 편입한다. 명문인 제14학교에 입학하고, 사회적 인정 속에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간다. 그렇게 꼬리는 새미에게 새 가능성을 열어 주지만, 동시에 새미의 존재감을 억눌러 정체성을 위협한다. 꼬리에 끊임없이 이질감을 느끼던 새미는 새로운 삶을 제대로 꾸려 나가기 위해 꼬리의 과거를 파헤쳐 보기로 한다. 그리고 꼬리의 첫 번째 주인, 루나가 살고 있다는 ‘꼬리 없는 마을’로 찾아가기로 마음먹는다. 새 꼬리를 달고 꼬리 없는 마을로 들어가는 새미의 여정은, 세상이 바라는 것에 기대지 않고 진정한 자신을 만나기 위해 내딛는 첫 발걸음이다.

우여곡절 끝에 루나와 마주한 새미는 비로소 꼬리에 얽힌 비밀을 알게 된다. 루나는 새미를 향해 단호히 말한다. 꼬리를 베어 내고 나랑 같이 꼬리 없는 마을에 가서 살자.” 루나는 꼬리에 부여된 절대성을 끌어내리는 방법과, 꼬리가 있어도 없어도 삶은 여전히 계속된다는 사실을 일러 준다. 루나의 요청대로 꼬리 없는 마을에 정착한다면 자연스럽게 본래의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있지만, 새미는 꼬리의 처분을 망설인다.

새미는 언젠가 꼬리를 베어 내고 꼬리 없는 마을로 가게 될까? 아니면 평생 꼬리를 단 채로 살아가게 될까? 선택은 독자의 몫으로 남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꼬리의 유무가 아니다. 꼬리를 베어 내고 계속해서 그리워할지도 모르고, 꼬리를 단 채로 꼬리와 상관없이 나로 설 수도 있다. 결과는 선택하는 사람의 용기와 결단에서 비롯될 테다. 이처럼 자신을 규정짓는 기준은 스스로가 세우는 것이다. 새미의 여정과 결단을 함께하며, 청소년 독자는 자기 삶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길을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다.

꼬리 달린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계, 꼬리 없이 태어난 새미는 15년의 기다림 끝에 아주 아름다운 꼬리를 이식받는다. 그 후 꿈꾸던 평범한 삶을 넘어 선망의 대상이 되지만, 가끔은 꼬리에 자아라도 있는 듯 통제가 어렵다. 그러다 새미는 꼬리의 원래 주인이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리고 여러 질문을 안은 채, 그가 살고 있다는 ‘꼬리 없는 마을’을 찾아 떠난다.

지은이 하유지

산과 고양이, 탄수화물과 각종 형태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내 이름은 오랑』, 『우정 시뮬레이션을 시작하시겠습니까?』, 『너의 우주는 곧 나의 우주』, 『3모둠의 용의자들』, 『독고의 꼬리』 등을 썼고, 『미래 학교 백서』, 『나를 초월한 기분』 등에 참여했다.

8~9쪽_나는 선천적으로 꼬리 없이 태어난, 시네 카우다 증후군 환자다. ‘시네 카우다’란 라틴어로 ‘꼬리가 없는’이란 뜻이다. 꼬리 없는 사람을 보통 ‘없는’이란 뜻의 ‘시네’라고들 부른다. 꼬리가 없는 사람, 없는 사람,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

18쪽_이제껏 본 중에 가장 길고 날렵하며 매끄러운 꼬리다. 생생하고 아름답다. (…) 부모님이 바라고 세상이 요구하기에 나 역시 꼬리를 가져야만 한다고 여겨 왔는데, 지금은 나 스스로 저 꼬리를 원한다.

38쪽_“인간의 욕망이란 거, 상어 이빨하고 비슷하지 않아? 한 가지 욕망이 빠져나가면 그 자리를 다른 욕망이 차지하잖아. 꼬리 없는 사람들 세상에서도 꼬리 말고 다른 것이 꼬리를 대신할 거야. 빠지면 새로 나는 이빨처럼.”

59쪽_교칙 5조 7항, 용모나 품행에서 타인에게 불쾌감이나 위화감을 주는 사람은 이 학교에서 공부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 교칙은 그대로였고, 내가 바뀌었다. 세상을 바꿀 수 없다면 내가 바뀔 것, 내 방에 나 홀로 세웠던 학교의 교칙이었다.

89쪽_나는 죄 없이 가련한 척하면서 늘어진 꼬리를 노려봤다. 오랜 기다림 끝에 차지한, 소중하기 짝이 없는 꼬리. 꼬리가 없다면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고 방에 숨어 살아야 한다. 이 말썽쟁이 꼬리가 없으면 난, 아무것도 아니었다.

157쪽_들메는 나를 볼 때 사실은 꼬리를 보고 있었고, 나에게 다가올 때에도 오직 꼬리 생각뿐이었다. 몇 시간이든 며칠이든 그저 함께하고 싶은 꼬리. 들메도 다른 사람들처럼 나에게서 꼬리만을 보았다. 나는 컴컴한 그림자였으며 꼬리는 그 위에 환하게 피어난 빛이었다.

170쪽_“넌 꼬리 달린 세상을 부수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껴안고 싶겠지. 벗어나고 싶으면서도 속하고 싶을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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