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침묵하지 마.
우리의 목소리에는 세상을 바꿀 힘이 담겨 있으니까!
* 2023 문빔어워즈 청소년 역사소설 부문 금메달 수상작 *
평범한 남고생인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을 위해 목소리를 낸 하루의 기록
웬디 데이비스의 필리버스터가 있던 2013년 6월 25일, 한 남자아이의 하루를 그린 역사 소설이다. 정치에 관심 없던 주인공 알렉스는 짝사랑하던 친구의 전화 한 통으로 텍사스 주 의사당에 초대받고, 그 현장에서 하루를 보내며 자신이 살던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책은 단순히 어느 정치적 입장을 지지하는 것을 넘어 독자 모두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 ‘나는 어떤 세상에서 살고 싶은가?’ 그러면 이제 알렉스의 하루를 함께하며, 각자의 대답을 찾아보자.
두 의사당에서 울려 퍼진 연대의 목소리
2025년 대한민국 국회의사당 앞. 수많은 국민이 응원봉과 직접 만든 깃발, 피켓을 들고 모여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 시도가 있던 날이었다. 믿는 바를 지키겠다는 열망으로 모인 사람들은 결국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키며 변화를 이끌어 냈다. 각자의 생각과 방식은 달랐지만, 시위에 참여한 모두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힘과 목소리를 모았다.
그리고 그로부터 약 12년 전, 2013년 텍사스 주 의사당. 자신의 신념과 개성에 따라 주황색과 파란색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로 붐볐다. 텍사스 주에서 임신 중단 제한법이 통과될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다. 그날, 웬디 데이비스라는 상원의원이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 무려 열세 시간 동안 연설을 이어 갔다. 앉을 수도, 물을 마실 수도, 화장실에 갈 수도 없는 엄격한 규칙 아래서도 웬디는 자신이 믿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멈추지 않았고, 뜻이 같은 사람들이 방청석에서 구호를 외치고 방해 공작을 저지하며 함께 목소리를 냈다. 그 덕에 웬디는 법안 통과를 성공적으로 저지할 수 있었고, 이 사건은 미국 민주주의의 중요한 사례로 남았다.
『멈추고 싶다면 멈추지 마!』는 바로 이날을 배경으로 하는 일종의 역사 소설이다. 웬디 데이비스의 연설은 ‘필리버스터’라는 정치의 한 형태로, 장시간 발언을 통해 법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미루거나 막는다.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라고도 불리는 이 필리버스터는 우리가 한곳에 모여 한목소리를 냈던 시위와 같이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정치 방식이다.
그날 텍사스 주 의사당에서 펼쳐진 필리버스터는 단순히 한 사람의 연설이 아니었다. 더 나아가 민주주의의 진정한 힘을 증명한 순간이었다.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의 목소리에 힘을 보탰고, 상대 진영은 법적 절차를 존중하며 결과를 받아들였다. 그렇게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다양한 의견을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조율했다. 책은 그 역사적인 날의 뜨거운 열기 속으로 우리를 이끈다.
파란색 티셔츠 vs 주황색 티셔츠
그날 아침도 알렉스에게는 별다를 것 없었다. 짝사랑하는 캐시에게 연락이 오지 않았다면 말이다. 알렉스는 캐시의 요청으로 주 의사당으로 향했다. 왜 주 의사당으로 가야 하는지, 주 의사당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몰랐다. 다만 캐시와 시간을 보내고 싶을 뿐이었다. 의사당에 도착한 알렉스는 파란색과 주황색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 틈에서 당황한다. 그런 알렉스에게 캐시는 상황을 설명하며 자신은 ‘임신 중단 제한법’을 지지한다고 밝힌다. 알렉스는 캐시의 권유로 법안 찬성파의 상징인 파란색 티셔츠를 얻으러 간다.
파란색 티셔츠를 얻어 다시 캐시를 만나러 가던 중, 알렉스는 주황색 티셔츠를 입은 이웃 데비와 마주친다. 데비는 알렉스에게 주황색 티셔츠를 주며 도움을 요청한다. 그 덕에 잠시 법안 반대파에 합류해 심부름을 하던 알렉스는 이번엔 임신 중단 제한법이 통과되면 안 되는 이유를 듣게 된다. 알렉스는 난생처음으로 임신 중단 문제를 고민한다. 그러다 결국 가방에 두 색의 티셔츠를 구겨 넣고 자신의 흰 티셔츠를 입은 채 캐시와 함께 의회장 방청석에 앉는다. 과연 알렉스는 색깔 티셔츠를 입게 될까? 그렇다면 둘 중 어느 색을 선택하게 될까?
긴 침묵의 터널을 통과해 목소리를 찾은 하루
알렉스는 약물 중독으로 망가져 가던 친구 제시를 멀리했다. 약물 사용에도 동의하지 않았고, 망가진 친구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침묵을 선택했다. 그리고 얼마 후 제시가 세상을 떠나자 알렉스는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그랬던 알렉스가 오늘 새로운 문제를 마주했다. 심지어 남성이고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자신과 상관없다고 여겼던 사안을. 얼떨결에 의사당에서 하루를 보내며 알렉스는 여러 광경을 보게 된다. 또래 여성이 거의 없는 찬성 입장에 서서 믿는 바를 피력하는 캐시의 용기, 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빡빡한 규칙 아래서 열세 시간 동안 연설하는 웬디 데이비스의 열정, 그리고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이 벌이는 치열한 논쟁……. 그들 각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 후 알렉스는 어떤 의제도 남의 일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결국 알렉스는 제시를 위해, 캐시와 웬디 데이비스를 위해, 그리고 소중한 모든 이를 위해 이제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처음으로 여러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고 누군가와 연대하며 믿는 바를 지지한다. 짧은 하루 동안, 그렇게 알렉스는 긴 침묵의 터널을 통과해 드디어 자신의 목소리를 찾는다.
알렉스는 짝사랑하는 캐시의 초대로 텍사스 주 의사당에 간다. 그리고 의사당에서 임신 중단 제한법을 막으려는 웬디 데이비스의 필리버스터를 목격한다. 수많은 인파가 각각 법안에 찬성하는 파란 옷, 반대하는 주황 옷을 입고 저마다 목소리를 높이는 광경에 알렉스는 충격받는다. 양쪽의 다양한 의견을 들으며 알렉스는 파란색 티셔츠를 입어야 할지, 주황색 티셔츠를 입어야 할지 고민한다. 과연 알렉스는 색깔 티셔츠를 입게 될까? 그렇다면 둘 중 어느 색을 선택하게 될까?
지은이 댄 솔로몬 Dan Solomon
저널리스트. 《텍사스 먼슬리》의 선임 기자이며 《뉴욕 타임즈》, 《베니티 페어》, 《디테일스》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했다. 2013년 임신 중단 제한법을 둘러싼 필리버스터를 취재하여 《오스틴 크로니클》이 대안 뉴스 미디어 협회(AAN)의 수상 후보에 오르는 데 기여했다. 현재 텍사스 주 오스틴에서 아내, 그리고 반려견과 함께 산다.
옮긴이 이민희
충실하게 듣고 능숙하게 전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늘 가장 좋은 해석을 꿈꾼다. 옮긴 책으로 『드라이』, 『게임 체인저』, 『차마 말할 수 없는 것들에 관하여』, 『화장실 벽에 쓴 낙서』, 『하늘은 어디에나 있어』 등이 있다.
15세 남성 청소년 주인공을 통해 임신 중단이라는 복잡한 주제를 다룰 수 있을까? 이 책은 해냈다. 주인공 알렉스는 개방적이고 따뜻한 마음으로 쟁점에 접근함으로써 독자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웬디 데이비스(Wendy Davis. 13시간 필리버스터의 주인공, 전 텍사스 주 상원의원)
사려 깊고 매력적인 주인공의 이야기가 복잡한 사회 문제 속에서도 빛을 발한다.
-커커스 리뷰(Kirkus Reviews)
감동적인 성장 소설로, 뜨거운 정치적 논쟁 한복판에 놓인 소년이 중요한 순간에 용기를 얻고 목소리를 내는 이야기를 그렸다.
-포워드 리뷰(Foreword Reviews)
222쪽_방청석의 모든 주황 티가 일어나 손뼉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마침내 우리 모두의 심정이 말로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지라도 그 한마디를 ‘듣는’ 것만으로 큰 의미가 있었다.
222쪽_난 계속 손뼉 치고 소리쳤다. 우리 모두 그랬다. 그건 내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참여였다. 곧 내 귀에 들리는 건 나와 시린, 방청객 수백 명의 목소리뿐이었다. 우리 모두 목청껏 울부짖고 있었다.
224쪽_내 감정을 발산할 방법은 이 고함뿐이고,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 지금은 어떤 말도 필요하지 않았다. 내가 해야 할 일은 계속 목소리를 내는 것뿐이었다.
225쪽_내 목소리는 수백 명의 좌절, 믿음, 희망, 두려움, 사랑을 담은 거대한 포효의 일부가 되었다. 나와 닮은 듯 전혀 닮지 않은 사람들을 둘러보며, 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내 목소리에 영향력을 실었다.
234쪽_집으로 향하기 전, 여름밤 공기를 가르며 의사당 경내를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 한 번 더 목청껏 소리를 내질렀다. 누가 듣든 간에 알리고 싶었다. 우리가 여기 있었고, 서로를 찾았고, 다시 돌아올 것이며, 결코 목소리를 내어주지 않으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