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10월 사서 추천 도서’
기면증을 앓아 온 작가의 어린 시절을 삐뚤삐뚤한 색연필 그림으로 담아낸 그림책
읽고 싶은 책의 다음 장을 보지 못하고 언제나 ‘툭’ 잠에 빠져 버린 지은이의 어린 시절 일화를 담백한 색연필 그림에 담아낸 솔직하고 따뜻한 이야기이다. 지은이는 잠자는 아이의 입을 빌려 “누군가가 조금 튀거나 달라 보이는 건, 바로 그 순간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세상’이란 무대 위 조명이 그 누군가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남들과 조금 달라서, 그래서 나인 거야!
화장실에서 잠이 들고, 버스에서 졸다 넘어지고, 자전거를 타다 꽝 부딪칠 뻔하고, 학교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쭉 자 버리기까지……. 기면증이란 병을 앓는 아이는 누구보다 힘들어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갑작스럽게 잠에 빠져드니까요. 친구들과 신나게 떠들고 싶고 잘하고 싶은 것도 많은 아이는 안 그래도 속상한데, 사람들의 손가락질에 또 한 번 상처를 입어요. 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르게 태어났기에 세상은 아름다워요. 잠자는 아이도 남들과 조금 다를 뿐이에요. 다름을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사랑해 줄 때 그 아이만의 특별한 능력이 아름답게 빛날 거예요.
기면증에 대한 이해를 부탁해요
기면증은 각성을 조절하는 호르몬 수치가 낮아지면서 갑작스럽게 잠에 빠져드는 병으로,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기면증 환자는 약 2만 5000명으로 추산됩니다. 특히 최근에는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채 기면증 환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요. 박선희 작가는 필름이 뚝뚝 끊기듯 했던 어린 시절의 자신과 당시 곁에 있어 준 친구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질병은 불편한 것일 뿐 잘못이 아니라는 걸 말해 주고 싶다고 해요. 같은 이유로 책 뒤에 간략하게 기면증에 관한 설명을 덧붙였어요.
난 남들과 조금 달라. 나한테 쏟아지는 잠에 소리가 있다면 ‘툭’일 거야. 오늘도 화장실에서 ‘툭’ 하고 자 버렸어. 아침부터 밤까지 쭉 자 버린 적도 있어. 그러면 친구들은 다 집에 가고 난 혼자가 돼. 나도 친구들과 신나게 떠들고 싶고, 잘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계속 자꾸만 잠이 와…….
지은이 박선희
아름다운 경주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그림과 함께했고, 건국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한 후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 일러스트레이션과를 수료했습니다. 어린 시절에 그림책을 읽으며 꿈꾸던 세계를 아직도 기억하며 많은 아이들에게 그 경험을 전파하고자 행복하게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린 책으로는 『뭐! 쓰레기 국을 먹었다고?』, 『감자는 똥을 좋아해』, 『간장 게장은 밥도둑』, 『도서관에서 만난 해리』, 『규칙이 왜 필요할까요?』 등이 있습니다.
“난 남들과 조금 달라.” 말이 쉽지 나와 다른 이를 온전히 이해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나와 조금 다른 상대를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먼저 이해하게 된다. 기면증을 모자람이 아닌 남과 다른 특징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바로 소통의 작은 시작점일 것이다.
–방송인 전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