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같이 잠든 네 모습을 보면
세상 힘든 일은 모두 잊어버려.
그리고 내 마음은 솜사탕처럼 사르르 녹아내려.
엄마가 되어 새롭게 배우고 느끼는 것들.
엄마이게 해 주어 참 고마워.
엄마가 되어 만난 새로운 세상을 아이에게 따뜻하게 들려주는 편지글
아이가 이 닦기 싫다며 구석으로 도망가고, 밥 대신 과자만 먹으려 하고, 공책이 아닌 넓은 벽에 그림을 그리고, 사람 많은 버스에서 큰 소리로 울어 대면, 엄마는 난감해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참고 참던 화가 폭발해 막 소리를 지르고 방으로 들어가 엉엉 울 때도 있다. 아이는 예쁘다고만 했지 키우기 힘들단 건 아무도 말해 주지 않았으니, 엄마에게는 하루하루가 새로운 도전이고 숙제이다. 그러나 엄마가 헤매고 고민하는 사이에 아이는 어느덧 쑥쑥 자라 엄마가 울면 같이 서럽게 우는 작지만 성숙한 존재가 된다. 그렇기에 엄마는 아이를 키우며 이제 웬만한 것은 다 안다고 생각한 스스로가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였는지를 깨닫는다. 골목길의 새끼 고양이, 작은 새들, 그리고 항상 자기 편이 되어 주는 자신의 엄마까지. 온 세상이 작고 여린 존재들과 그들을 돌보는 존재들의 어울림으로 돌아간다는 중요한 사실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엄마는 다시 한 번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고 아이에게 진심을 담아 편지를 쓴다. “엄마의 인생을 빛나게 해 줘서 고마워”라고!
엄마와 아이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과정을 차분하게 담아낸 크레파스 그림
처음부터 쉬운 일은 없겠지만 작고 여린 존재를 보살피는 역할을 잘 수행하려면 하루하루가 고생일 것이다. 그러나 백유연 작가는 엄마와 아이의 일상을 결코 고되게만 그려내지 않았다. 볼 빨간 두 모녀는 티격태격하며 하루를 보내지만, 그 와중에도 곳곳에 웃음과 훈훈함이 스며들어 있다. 무릎에 얼굴을 파묻은 엄마를 보고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뚝뚝 흘릴 듯한 아이의 놀란 얼굴,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보며 속눈썹 길이에 감탄하는 엄마의 부드러운 입매, 내복을 입은 아이를 껴안고 있는 엄마의 웅크린 자세 하나하나에 사랑이 흘러넘친다. 아이와 함께 낙서라도 한 듯, 크레파스로 그린 그림이 주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느낌에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아이와 눈 맞추고 함박웃음을 짓게 될 것이다.
엄마는 몰랐어. 좋은 엄마 되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은. 고집쟁이를 잘 구슬릴 지혜가 있어야 하고, 짓궂은 장난에도 소리치며 화내는 대신에 차근차근 타이를 수 있어야 하니까. 좋은 엄마라고 하기엔 부끄러울 때가 많지만 어느덧 훌쩍 자라 엄마를 토닥거리는 너와 함께할 수 있어서 엄마는 정말 행복해.
지은이 백유연
고려대학교에서 미술 교육을 전공하고, 기업에서 디자이너 겸 컬러리스트로 근무했어요. 지금은 그림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쓰고 그린 책은 『새의 선물』입니다. 어릴 때부터 상상하며 그림 그리고 글 쓰는 걸 좋아했는데, 꼭 맞는 일을 찾아서 하고 있으니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