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한 눈길로 과학기술 뒷면의 약자를 살피는 SF이자
모든 생명과 연대하는 탐정소설
우연히 찾아온, 낯설지만 설레는 신호 ‘고양이 추적단, 야옹회’
첫 번째 프로젝트는 “스마트 시티 시현동의 고양이들을 지켜라!”
소녀, 내일이 되다! 여성 청소년을 위한 SF 시리즈, ‘내일의 숲’ 세 번째 책으로 이루카의 『보라 새벽의 소리』가 출간되었다.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가작을 수상하며 등장해 SF와 여성주의의 교집합 영역에서 굳건히 자리를 지켜 온 이루카가 이번에는 연대의 힘과 약자를 보듬고 살피는 마음을 섬세한 목소리로 청소년 독자들에게 전한다.
보이지 않는 ‘신호’와 그 신호가 만드는 ‘연결’을 소중히 여기는 소녀 정새벽. 고양이들의 소통 신호인 주파수를 분석하고, 모임 구역을 지도로 만들어 공유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러던 어느 새벽, 길 잃은 고양이 한 마리가 정새벽의 집에 찾아든다. 정새벽이 사는 시현동은 메타버스 커뮤니티가 활발한 ‘스마트 시티’인 덕에 다행히 반려인과 금방 연락이 닿는다. 잃어버린 고양이 ‘소리’를 데리러 정새벽의 집에 온 유보라. 그런데 고양이 지도 이야기를 들은 유보라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한다. 그리고 이내 버럭 고함친다. “지금 제정신이에요?”
유보라가 보낸 이 신호는 어떻게 정새벽과 연결될까?
보라와 새벽, 그리고 소리는 이 연결로 어떤 변화를 겪게 될까?
“혼자가 어렵다면, 함께하면 된다.”
정새벽은 고양이들이 주고받는 소통 신호를 연구하는 모임의 주최자다. 이름하여 ‘야옹회’! 고양이들이 내보내는 주파수를 분석해 ‘고양이 집회’ 장소를 수집하는 것이 야옹회의 주된 활동이고, 요즘은 고양이 집회 구역을 지도로 만들어 다른 주민들에게 공유하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멤버는 정새벽과 데이터 과학자이자 동네 이웃인 ‘포스캣’ 단둘뿐이지만 프로젝트는 나름대로 순항 중이다. 그런데 두 사람은 우연한 계기로 만난 고양이 지킴이들, 유보라와 고예나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듣는다. 최근에 시현동에서 고양이 납치 사건이 일어나고 있고, 납치가 일어난 장소가 야옹회가 지도로 공개한 고양이 집회 구역과 일치한다는 것.
정새벽이 하얗게 질려 가던 그때, 포스캣이 제안한다. ‘고양이 기록자’ 영상 채널로 유명한 유보라와 ‘고양이 탐정’이란 직업을 가진 고예나가 납치범을 잡는 데 함께하면 더 수월하지 않겠냐는 것. 그렇게 정새벽은 유보라와 고예나를 야옹회로 끌어들이고, 야옹회는 ‘고양이 추적단’으로서 활동을 개시한다.
고양이 추적단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종횡무진하며 수사에 열을 올린다. 한마음으로 모인 야옹회는 나이와 직업 등에 구애받지 않고 서로를 이웃으로, 동료로, 또 친구로 인정한다. 청소년 주체인 정새벽은 이 연대로부터 한 개체로서 존중받으며 성장한다. 연대의 소중함과 확장 가능성을 알게 되고 새로운 꿈을 꾸며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를 잡아 간다. ‘그렇게 정새벽이 알고 있는 파란색의 새벽은 아침을 만나 보라색으로 물들어’ 간다.
인간과 비인간이 한동네에서 살기
『보라 새벽의 소리』는 근미래의 가상 도시 시현동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시현동은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한 앱 스마트시현을 제공하는 이른바 ‘스마트 시티’다. 주민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시현 앱은 시현동 거주민들에게 필수품처럼 여겨진다. 정새벽 또한 야옹회 활동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그런데 좋은 의도로 만든 고양이 집회 지도가 납치에 이용되는 사건이 일어나고, 정새벽은 스마트 시티 사업이 동네 주민들에게 주는 영향을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일부 주민들은 스마트시현을 이용하지 못하는데, 바로 비인간 생명체들이다. 편의를 누리지 못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서비스를 악용하는 사람들로부터 피해를 입기도 한다.
이는 현실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다. 유보라가 영상 공유 채널에 영상을 올렸다가 죽음을 맞은 고양이 일이 한 예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필연적으로 어떤 집단을 소외시킬 가능성을 안고 있다. 소설은 근미래 스마트 시티라는 시공간에 다수 집단과 소수 집단을 인간과 비인간으로 놓고 관찰한다. 그럼으로써 비인간 존재를 대하는 우리의 시선, 미래 세대 소외집단의 양상,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들을 탐구해 본다.
‘내일의 숲’은 여성 청소년이 주인공인 SF 시리즈다. ‘바위를 뚫는 물방울’ 시리즈를 통해 꿈을 이룬 여성들로부터 희망의 목소리를 빌려 어린이에게 전해 온 씨드북이, 이제는 SF라는 장르를 빌려 청소년과 함께 미래를 도모하고자 한다. 새로운 세상에서 활약하는 소설 속 소녀들처럼, 독자 여러분도 내일의 주인공이 되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기를 기대한다.
보이지 않는 ‘신호’와 그 신호가 만드는 ‘연결’을 소중히 여기는 소녀 정새벽. 고양이들의 소통 신호인 주파수를 분석하고, 모임 구역을 지도로 만들어 공유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러던 어느 새벽, 길 잃은 고양이 한 마리가 정새벽의 집에 찾아든다. 정새벽이 사는 시현동은 메타버스 커뮤니티가 활발한 ‘스마트 시티’인 덕에 다행히 반려인과 금방 연락이 닿는다. 잃어버린 고양이 ‘소리’를 데리러 정새벽의 집에 온 유보라. 그런데 고양이 지도 이야기를 들은 유보라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한다. 그리고 이내 버럭 고함친다. “지금 제정신이에요?” 영문을 몰라 당황한 것도 잠시, 유보라가 화난 이유가 납치 사건 때문임을 알게 된 정새벽은 책임감을 느끼고 범인을 잡기로 한다. 그리고 잠시 동안 야옹회를 ‘고양이 추적단’으로 이용하기로 한다.
지은이 이루카
우주의 수많은 통로와 시간의 강을 건너와 독자와 만나는 소설, 그 경이로운 순환에 초대받아 계속 소설을 쓰고 있으며 좋은 통로가 되고자 한다. 서로 다른 ‘옳음’이 움직이는 방향에 관심이 많다. SF와 페미니즘을 연구하는 프로젝트 그룹 ‘sf x f’에서 활동 중이다.
2017년 중편소설 「독립의 오단계」로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가작을 수상했다. 소설집 『독립의 오단계』를 출간했고, 앤솔러지 『당첨되셨습니다』에 「속마음 도둑」을, 『우리는 이 별을 떠나기로 했어』에 「2번 출구에서 만나요」를, 『우리가 먼저 가볼게요』에 「나비의 경계」를 실었다. 밀리오리지널에 소설 「언니는 방울방울」을 발표했다.
이 소설에 등장하지 않는 세 존재가 있다. 완벽한 보호자, 동갑인 친구, 불행한 동물. 실수하고 오해하며 길을 잃기도 하는 주인공들은 머리를 맞대어 끊어진 경로를 꼼꼼히 살핀다. 그렇게 조금씩 또렷해지는 지도는 우정과 용기의 궤적으로, 우정과 용기의 궤적은 새벽빛을 닮은 여정으로 이어진다. ‘신호란 연결’이라 믿는, ‘혼자가 어렵다면 함께하면 된다’고 다짐하는 아이 ‘정새벽’. 그리고 정새벽과 함께 ‘우리 동네 고양이’를 구조하기로 결의한 세 명의 여성들. 이 다정한 수사에 동참하는 동안 지구 곳곳 다른 이름으로 있을 ‘야옹회’와 ‘고양이 추적단’을 떠올렸다. 우연히 인간으로 태어난 이들이 비인간을 가차 없이 대할 때 도리질하고 할 일을 찾는 이들. 세상이 아직 끝나지 않은 이유는 바로 이런 작고도 커다란 각오 덕분 아닐까. 놓친 게 없는지 찬찬히 뒤를 돌아보는 모험기를, 논리와 효율을 아름답게 다루는 탐정물을 만나 기쁘다. 무엇보다 또 하나의 늠름한 여성 청소년 SF가 나와 즐겁다. 씨드북 시리즈의 이름처럼 ‘바위를 뚫는 물방울’들이 ‘내일의 숲’을 이루는 이야기가 계속 늘어나길 빈다. -박문영(소설가)
SF를 사랑하는, 소녀들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에 가슴 뛰는 독자들에게 선물 같은 시리즈 ‘내일의 숲’. 내일을 바라보는 청소년 SF 독자들을 위한 글들이 시리즈 이름처럼 풍성한 숲을 이루길 고대한다. -구한나리(소설가)
새벽의 만남
고양이 기록자
언니가 갈게
지도의 의미
고양이 추적단
새로운 야옹회
출동!
납치범의 본진
추적의 시간
달라진 고양이들
함께 걷기
우리는 야옹회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