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꿈꾸는 어린 엄마
가려진 존재를 별빛으로 비추는 김주경 작가의 신작
넓은 우주에서 맺어진 우리라는 별
차가운 세상을 향한 ‘어린 엄마’의 반짝이는 이야기
깜깜한 밤, 아주 작은 별 ‘M-4725’가 반짝이고 있어요. 태어날 아기를 위해 준비하는 ‘어린 엄마’들이 사는 별이지요. 아기가 태어나면 어린 엄마들은 집안의 가장이 될 준비를 마쳐야 해요. 하지만 생계부터 육아까지 모든 걸 혼자 짊어지기엔 세상은 너무 넓고 사람들의 시선은 냉담하기만 합니다.
평범한 부모 아래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이로부터 시작된 동정은 이내 부정적인 시선과 섞여 어린 엄마에게 향합니다. 모든 걸 오롯이 혼자 책임져야 하는 현실이지만 어린 엄마는 절망도, 회피도 하지 않습니다. 그저 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살아갈 집을 구하러 가요.
『어린 엄마』는 아이들에게 다정한 응원을 건네는 김주경 작가의 새로운 그림책입니다. 다만,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은 어린이가 아닌 엄마예요. 열악한 환경에서도 능동적으로 살아가는 청소년 미혼모 ‘어린 엄마’의 삶을 응원하며 가려졌던 존재를 따뜻한 별빛으로 비춥니다. 이 책을 통해 청소년 미혼모에 대한 색안경을 벗고 이들을 소외된 존재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로 인식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나도 자라고,
엄마도 자라는 거야.
어린 엄마의 꿈과 자립을 위한 응원
함께 성장하는 가족이라는 의미
책의 첫 장에 시작하는 작은 별 ‘M-4725’는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청소년 미혼모 특화 시설 ‘애란원’을 비유한 장면입니다. 애란원은 임신·출산 및 초기 양육 등 현실적 어려움에 놓인 청소년 미혼모들에게 기본 숙식과 산후조리, 위탁 교육 등을 지원하는 시설이에요. 입소 기간이 1년 이내이기 때문에 거주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어린 엄마’들은 아기를 키울 준비를 마친 뒤 자립할 공간을 찾아야 합니다.
M-4725를 떠난 어린 엄마는 아이와 함께 살 집을 겨우 구해요. 높고 낮은 건물의 대비가 양측으로 비추는 장면에서, 밤하늘 달빛 아래 작게 빛나는 어린 엄마와 아이의 모습은 애틋하게 반짝입니다. 멀리서 보기에 아름다운 장면이지만 다음 날이 되면 어린 엄마는 바삐 움직여야 합니다. 가장이 된 어린 엄마는 지원금을 받기 위해 노력하지만 현실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습니다. 주민 센터에서는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신분을 증명하지 못한다며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해요. 어린 엄마는 다시 학생이 되기 위해 학교에 찾아가지만, 다른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 같다는 말을 듣고 다시 발걸음을 돌립니다. 아이의 눈에는 이 모든 것들이 이상하게 보입니다. 하지만 어린 엄마는 현실에 절망하지 않고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며 꿈꾸기를 포기하지 않아요. 열심히 일을 하고 미혼모 지원 센터의 도움으로 아이 돌봄과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를 찾아요. 그렇게 엄마는 아이와 함께 자랍니다.
가혹한 현실 속에서도 스스로의 삶을 성숙하게 가꾸려는 어린 엄마는 독립적으로 성장할 가치를 지닌 존재로 빛납니다. 이처럼 특정 성별이나 나이가 양육자의 필수 조건이 될 순 없습니다.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아이를 향한 사랑, 그리고 존중을 보내 주는 사회가 있다면 충분합니다.
소수일지라도 분명히 살아 있는 존재들
환경에 굴하지 않고 떳떳이 밝게 빛나기를
문학 작품이나 방송 등 여러 매체에서 시설 밖 청소년 미혼모를 불쌍하고 외로운 존재로 비추곤 합니다. 현실적인 내용이라 하더라도 당사자들에게는 사회가 자신을 바라보는 인식으로 여기기 쉽습니다. 보편화된 편견들은 청소년 미혼모를 사회에서 더 가려지게 하고 존재를 더 은폐시킵니다. 미혼모에게 가장 필요한 건 육아와 자립에 대한 지원이지만 미혼모에 대한 지원은 매년 줄어들고 있습니다. 청소년 미혼모일 경우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기에는 더 어려워요. 홀로 지원금을 신청하려는 청소년 미혼모가 있다면 복지 지원에 대해 제대로 알려줄 수 있는 전문가들이 있어야 하지만 실제로 사례가 드물다는 이유로 담당 공무원들은 해당 사항을 잘 알지 못해 돌려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수라는 이유로 당사자가 직면한 어려움을 외면해 버린다면 이들이 겪는 상실감은 더욱 깊어질 거예요. 열악한 환경일수록 문제를 제대로 비추고 해결하려는 다수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어린 엄마』는 청소년 미혼모를 가엾게만 보지 않고 자립할 의지와 용기를 가진 대상으로 그립니다. 우리 사회의 소수 가족들이 자신의 환경을 숨기지 않고 떳떳하게 살아가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며, 쌍둥이별처럼 반짝일 세상의 모든 가족을 응원합니다.
작은 별 ‘M-4725’에서 ‘어린 엄마’는 아이를 만날 준비를 해요. 아이가 태어나면 함께 살 집을 구해야 하지요. 다행히 M-4725보다 더 작은 집을 구한 어린 엄마는 아이와 함께 살기 위해 여러 곳에 도움을 청하러 가요. 하지만 돌아오는 건 냉담한 반응과 따가운 시선뿐이에요. 그러나 어린 엄마는 포기하지 않아요. 능동적으로 움직이며 일하고, 아이와 함께 공부도 하지요. 어린 엄마는 아이와 함께 꿈꾸며 성장해요. 『어린 엄마』는 청소년 미혼모의 자립과 꿈을 응원하며 소외된 존재를 별빛으로 비추는 따뜻한 이야기입니다.
지음 김주경
문득 떠오른 생각에 주렁주렁 이야기가 달리다 그림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좋아합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엄마도 보여요?』 『끼꼬 할아버지의 비밀』 『콧속이 간질간질』 『다시 그려도 괜찮아』 『엎드려 관찰하고 자세히 그렸어요』 『아기 업고 레디, 액션!』 『그래도 나는』 『누구게?』 『또 누굴까?』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