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 우주를 가로질러 내일로부터 도착한 메시지!
우리가 지켜 내야 할, 그리고 바꿔 가야 할 지구 이야기
평행 우주의 두 지구, ‘유니의 세계’와 ‘윤희의 세계’
서로의 세계가 뒤바뀐 두 소녀의 생생한 ‘다른 지구’ 체험기
소녀, 내일이 되다! 청소년을 위한 SF 시리즈, ‘내일의 숲’ 열 번째 책으로 『에코스피어』가 출간되었다. 2009년 웅진주니어 문학상 대상 수상 이후 먼 과거 이야기부터 먼 미래 이야기까지 시대를 넘나들며 동화와 청소년 소설을 꾸준히 써 온 임어진이 이번에는 평행 우주에 대한 상상력을 펼친다. 작가는 확고한 생태주의와 여성주의적 시선으로 ‘유니의 세계’와 ‘윤희의 세계’를 넘나들며 두 지구, 그리고 두 사람의 상황을 교차해 다채롭게 그린다. 기후 변화로 생태계가 망가져 대피가 일상이 된 세계의 유니, 그리고 약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당연히 여겨지는 세계의 윤희, 두 주인공을 따라 우리 지구를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떠 보자.
오존 홀 주의보를 피해 사무실에 도착한 유니는 곧바로 ‘가이아의 딸들’ 행동대와 합류한다. 이번 출동은 ‘에코스피어’ 정책의 일환으로 금지된 식육 밀매 현장을 조사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폐광에서 잔당을 처리하던 유니는 그만 사고로 수직갱에 빠지고 만다. 정신을 차린 유니의 눈앞에 있는 건 자신을 때리려는 남자애. 구시대에나 행해지곤 했다는 물리적 폭력을 실제로 목격한 유니는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한편 유니가 빠진 수직갱에서 구조된 건 남자친구의 강압에 아르바이트에 지각했다는 ‘윤희’였는데…….
유니와 윤희, 두 사람의 세계가 맞닿는 순간, 두 개의 지구가 공명하기 시작한다!
‘유니의 세계’로부터 전해 듣는 기후 변화에 대한 경고
기후 위기라는 단어가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 있다. 하지만 떠오르는 건 지구가 뜨거워진다는 원론적인 말뿐, 정작 기후 변화가 우리 삶에 어떻게, 얼마나 구석구석 침투할지는 잘 와닿지 않는다. 『에코스피어』는 평행 우주의 미래 지구를 통해 기후 변화 이후의 구체적 현실을 뻔하지 않게, 생생히 그려 낸다.
유니는 3년 전 한반도에 일어난 오존 홀 사고로 부모님을 잃었다. 온난화로 빈번해진 산불이 오존층에 구멍을 낸 것이다. 당장 우리에겐 해결되었다고 여겨지는 오존층 문제도 기후 변화 앞에서는 무력할 뿐이다. 유니의 지구는 이제라도 망가진 생태계를 되돌리려 애쓴다. ‘지구연방협의체’는 100년간의 장기 프로젝트인 ‘에코스피어’ 정책을 시행한다. 에코스피어는 완벽히 독립적인 생태계를 일컫는다. 즉, 지구도 하나의 에코스피어라고 할 수 있다. 그 사실이 우리에게는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유니의 세계에서는 노력으로 이루어야 하는 과제다.
책에 등장하는 에코스피어 정책 중 가장 충격적이고도 주목할 만한 것은, 바로 전 세계에 내려진 육식 금지령이다. 축산업이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안다. 하지만 당장 그렇게 잘 와닿지 않는 이유로 육류 소비를 줄이겠다고 결심하기는 어렵다. 어쩌면 극단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이 육식 금지 조항은 궁지에 몰린 유니 세계의 인류가 선택할 수 있었던 최후의 조치가 아닐까. 이렇듯 책은 우리가 필요 이상의 자유를 추구할 때 역설적으로 우리가 그 자유를 완전히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메시지를 소름 돋도록 보여 준다.
유니가 바라본 ‘윤희의 세계’는 ‘이상한 세계’
미래 지구의 모습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동시에, 책은 미래 지구인의 눈을 통해 본 우리 지구가 얼마나 이상한 세계인가를 보여 준다. 윤희의 세계는 우리가 잘 아는 지구다. 열여덟 살 유니는 대학 입시를 준비하며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시간을 쪼개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남자친구를 만난다. 현실에 있을 법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는 이 설명은 유니의 눈을 통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해된다.
유니가 윤희의 세계에서 가장 먼저 맞닥뜨린 것은 자신에게 손찌검을 하려 드는 시환이었는데, 유니의 첫 반응이 재미있다. 유니는 공포나 분노를 느끼기보다는 그저 의아해한다. 물리적 힘의 차이에서 폭력이 발생하는 일을 겪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교육 기간과 방식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유니에게는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도, 아르바이트생에게 폭언을 일삼는 고용주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생리통도 전부 이상하게만 느껴진다. 유니가 보기에 윤희의 세계는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안전하지 않은 곳’이다.
이렇게 우리의 일상을 이방인의 눈으로 관찰함으로써 작가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을 낯설게 바라보게 한다. 그렇게 넌지시 사회 구성원 모두가 안전하고 존엄한 삶을 누리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지 않냐는 질문을 던진다.
유니와 윤희, 서로의 세계에서 희망의 씨앗을 찾다
유니와 윤희는 서로의 세계를 목격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삼아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나갈 발판을 마련한다. 유니는 아직 완벽히 에코스피어 상태인 윤희의 지구를 보며 생태계 복원에 대한 가능성을 찾고, 데이트 폭력으로 무력감에 사로잡혀 수동적이기만 했던 윤희는 ‘가이아의 딸들’ 행동대원으로 활동하는 유니의 모습을 보며 능동적이고 독립적인 여성으로 성장해 간다.
작가는 평행 우주라는 세계관을 통해 각자 다른 문제를 안고 있는 두 지구의 모습을 선명히 대비시켜 우리가 지켜 내야 할 것, 그리고 바꿔 가야 할 것을 제시한다. 또, 문제점이 많은 지구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행동하는 인물들을 그려 우리에게 변화할 세계에 대한 희망을 안겨 준다. 환경 단체 ‘에코 플래닛’과 여성 시민 조직 ‘가이아의 딸들’을 이끄는 리안은 물론이고, 평행 세계의 자신이 폭력 가해자라는 사실을 알고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는 선준, 식민 지배를 피해 우주를 건너와 저항군이었던 엄마를 기리는 카이. 모두가 유니와 윤희를 더 나은 모습으로 변화시킨다. 이렇듯 세계 곳곳에 존재하는 구성원들이 힘을 모은다면, 우리 지구도 더 푸르게 빛날 수 있을 것이다.
오존 홀
에코 플래닛 한국 지부
탄주 갱도
윤희 세계의 유니 1
다중 우주
카이
윤희 세계의 유니 2
유니 세계의 윤희
가이아의 딸들
윤희 세계의 유니 3
선준과 카이
윤희의 선택
윤희 세계의 유니 4
유니와 윤희
에필로그
하늘 저편에 또 다른 지구가 있다면- 작가의 말
오존 홀 주의보를 피해 사무실에 도착한 유니는 곧바로 ‘가이아의 딸들’ 행동대와 합류한다. 이번 출동은 ‘에코스피어’ 정책의 일환으로 금지된 식육 밀매 현장을 조사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폐광에서 잔당을 처리하던 유니는 그만 사고로 수직갱에 빠지고 만다. 정신을 차린 유니의 눈앞에 있는 건 자신을 때리려는 남자애. 구시대에나 행해지곤 했다는 물리적 폭력을 실제로 목격한 유니는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한편 유니가 빠진 수직갱에서 구조된 건 남자친구의 강압에 아르바이트에 지각했다는 ‘윤희’였는데…….
『에코스피어』는 한국 SF의 선구자 한낙원 작가의 작품 세계를 잇는 정통 한국형 히어로 SF 모험소설이다. 한낙원 작가는 1960~1970년대에 발표한 수많은 ‘공상과학’ 작품에서 한국인 남성 주인공과 여성 주인공이 반드시 함께 등장하여 평등하게 우주를 향해 달려가고 함께 모험의 길을 헤쳐 나가는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에코스피어』와 ‘내일의 숲’ 시리즈는 그런 한국 SF의 근원적인 비전을 새로운 모습으로 이어 간다.
『에코스피어』는 제목이 암시하는 기후 위기뿐 아니라 약탈식 자원 개발, 자연과 인간을 망가뜨리는 극단적 자본주의, 빈부 격차와 폭력까지 폭넓게 묘사하고 비판한다. 임어진 작가는 현실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여러 문제를 과학적 소재와 우주적 상상력을 통해 다양하게 담아낸다. 하지만 작가의 따뜻한 시선과 생동하는 인물들은 책을 읽는 우리에게 어둡고 사나운 미래도 함께 손잡고 얼마든지 헤쳐 갈 수 있다는 용기를 준다.
그래서 『에코스피어』는 딸들에게 자랑스럽게 권하고 싶은 SF다. 『에코스피어』를 포함하여 ‘내일의 숲’ 시리즈는 과학기술의 시대를 살아가는 주체로서의 여성에 주목한다. 사근사근한 로봇 안내원 여성,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친절하고 상냥한 기계 목소리의 비인간화된 여성을 넘어, 생각하고 행동하는 주체로서 인간 여성이 과학기술의 시대와 어떤 관계를 맺고 그 안에서 어떻게 타자화의 벽을 넘어서야 할지 보여 주는 용기 있는 시리즈다. -정보라(소설가)
『에코스피어』는 기후 위기를 다룬 SF다. 평행 우주가 주요 소재이기도 하다.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계속 ‘강남역 살인 사건’과, 수많은 데이트 폭력 사건이 떠올랐다. 소설 속 ‘유니의 세계’는 오존층이 뚫려 수시로 오존 홀 주의보가 울리고 제때 대피하지 못하면 어이없이 죽기도 하지만, 과학기술의 발달로 남녀의 물리력이 대등해진 세계다. 과학적 신체 단련과 ‘신체 강화복’으로 사람들 간에 물리력의 차이가 없어지자, 약자에게 행사하던 폭력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아, 이게 이렇게 쉬운 거구나!’라는 깨달음은 지금, 이곳에서 벌어지는 숱한 차별과 폭력의 근원을 보여 준다. 우리는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이라는 사실. 나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송수연(아동청소년문학 평론가)
지은이 임어진
동화와 청소년 소설을 꾸준히 써 왔다. 미래와 과거가 어떻게 이어지고, 과학기술이 인류에게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관심이 많다. 신화와 옛이야기, 역사를 새로운 눈으로 살펴보는 것도 좋아한다. 2009년 웅진주니어 문학상 대상을, 2019년 아르코 문학창작기금을 받았다. 청소년 소설 『아이 캔』, 『궤도를 떠나는 너에게』와 동화 『델타의 아이들』, 『푸른 고래의 시간』, 『너를 초대해』, 『나로의 가상현실』을 썼고, 청소년 소설 앤솔러지 『타임슬립 2119』, 『첫사랑 49.5°C』, 『가족입니까』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