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와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바온 행성
개들이 인간을 사고파는 그곳!
바온 행성은 아주 특별한 곳이에요. 그곳에서는 개들이 사람처럼 진화했거든요. 반면에 사람은 몸집도 작아지고 말도 할 수 없게 되었어요. 그래서 개들은 사람을 희귀한 동물로 여겼어요. 잡아서 기르거나 해서는 안 될 실험을 사람에게 하기도 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한 사냥 무리가 인간을 잡기 위해 동굴 앞에 숨었어요. 운 좋게도 대장 개 혼자서 어린 인간을 붙잡았지요. 대장은 어린 인간을 아무도 몰래 숨겨 두었다가 비싼 값에 팔기로 결심했어요. 과연 어린 인간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수천 년에 걸쳐 사람처럼 진화한 개들과
지구에서 탈출한 사람들과의 뜻하지 않은 조우
시작은 윤이라는 사람이었어요. 수많은 개들이 버려져 안락사를 당하는 걸 보다 못한 윤은 그 개들을 데리고 지구와 멀리 떨어져 있는 바온 행성으로 갔어요. 지구와 비슷한 환경이었지만 사람은 오직 윤뿐이던 그곳에서 개들은 수천 년에 걸쳐 진화했어요. 두 발로 걷고, 도구를 만들고,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지요. 마치 지구에 사는 인간들처럼요. 그들만의 문명을 이룩한 바온 행성의 개들은 윤을 뺀 모든 사람을 적으로 여겼어요. 먼 옛날 그들의 조상이 자신들의 조상을 안락사시키려 했으니까요. 하지만 저 멀리 지구에 사는 사람들은 이를 알 턱이 없었지요. 바온 행성에 도착한 개들이 세대를 거쳐 눈부신 진화를 거듭하는 동안 지구에는 천재지변과 전쟁이 끊임없이 일어났어요. 견디다 못한 일부 인간들은 우주선을 타고 탈출을 감행했어요. 그리고 뜻하지 않게 바온 행성에 불시착했지요. 그곳에 사는 개들이 인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까마득히 모른 채로요. 바온 행성에 불시착한 인간들이 개들에게 쫓겨 동굴로 들어가 살게 되면서 지구와는 정반대로 개와 사람의 관계가 뒤바뀌고 말아요.
낯설지만 너무나 익숙한 ‘어린 인간 납치 그리고 구출 대소동’
인간들이 바온 행성에 불시착한 이후로 시간은 또 흐르고 흘러 어느 동굴 앞에 한 무리의 개들이 모여요. 그들은 어린 인간을 잡기 위해 사냥 무리를 결성한 개들이었어요. 바온 행성의 개들은 동굴에 살며 몸집도 작아지고 말도 할 수 없게 된 사람들을 구경거리로 여기게 되었거든요. 하지만 대장 개가 어린 인간을 독차지할 욕심에 몰래 빼돌리면서 어린 인간을 납치하려는 개들과 구출하려는 개들 사이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져요. 이들이 벌이는 한판 소동은 낯섦과 기시감을 동시에 불러일으켜요. 인간을 희귀한 동물 취급하고 함부로 다루는 바온 행성의 개들이 너무나 낯선 동시에 그 모습이 그저 호기심으로 동물을 기르다가 무책임하게 버리고 마는 우리의 모습과 너무나 똑같이 겹쳐지기 때문이지요. 다소 교훈적으로 치우치기 쉬운 ‘동물과의 공존’이란 주제를 문학적 불온성이 두드러지는 참신한 세계관으로 풀어내 같은 주제를 이야기하는 여느 동화보다 돋보이거니와 속도감 있는 전개와 탄탄한 구성 그리고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은 일러스트 덕분에 책을 손에서 놓기는 쉽지 않아요. 눈높이아동문학상 단편 동화 부문 대상을 받으며 등단한 박정안 작가와 부천국제만화대상 어린이 상을 받은 만화가이자 어린이 책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원혜진 작가의 저력이 빛을 발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지요.
바온 행성의 개들은 인간을 적으로 대했어요. 윤을 제외한 인간은 모두 나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지구에 살던 자신들의 조상이 인간들에게 안락사를 당할 뻔했다는 이야기가 대대로 전해져 왔거든요. 시간이 지나면서 개들은 인간을 점차 구경거리로 여기게 되었어요. 그래서 개들은 인간을 잡기 위해 동굴로 동굴로 모여들었어요.
박정안 작가의 어린이 SF 소설 시리즈예요. 많은 사람이 예쁘고 귀엽단 이유로 동물을 길러요. 그리고 돌보기 힘들다며 기르던 동물을 갖다 버려요. 하지만 동물들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고통과 감정을 느껴요. 작가는 우리가 동물들을 좀 더 소중히 대하길 바라며 이 시리즈를 썼어요. 이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개들의 별 바온 행성』은 먼 미래에 지금과는 입장이 반대로 뒤바뀐 개들과 사람의 이야기이고요. 두 번째 작품인 『비밀의 공간』(가제)은 동물과의 공존을 거부한 미래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양이들과 그들을 뒤쫓거나 돕는 사람들의 이야기예요.
1. 바온 행성의 시작
2. 사냥 무리
3. 어린 인간
4. 까만 곱슬머리
5. 경찰 개
6. 도시로 가다
7. 한 통의 전화
8. 불청객
9. 갈대숲
10. 차 사고
11. 동굴로
12. 뉴스 특보
글쓴이 박정안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작가가 되고 싶어졌어요. 눈높이아동문학상 단편 동화 부문 대상을 받으며 오랜 시간 간직하던 꿈을 이루었지요. 재미있으면서도 울림이 있는 동화를 쓰려고 늘 아이들 세계를 탐구하고 상상하기를 즐겨요. 펴낸 책으로는 단편 동화집 『버릇없는 노랑이를 신고합니다』와 장편 동화 『냥냥이 박스 카페』 『귀신 강아지 초롱이』 『어느 날, 우리 집 고양이가 말했다』 『골드가 금이라니!』 등이 있어요.
그린이 원혜진
만화를 인생의 교과서로 삼고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이어달리기』의 「몸살」 편으로 만화가의 길에 본격적으로 들어섰고, 『아! 팔레스타인』으로 부천국제만화대상 어린이 상을 받았어요. 어린이 책 일러스트레이터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요. 그린 책으로는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책으로 집을 지은 악어』 『프랑켄슈타인과 철학 좀 하는 괴물』 『나는 태극기입니다』 『거꾸로 환경시계 탐구생활』 등이 있어요.
윤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윤은 버려져 안락사를 당할 위기에 놓인 개들을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그 개들을 데리고 지구와 멀리 떨어져 있는 바온 행성에 왔다. 몇천 년이 흐르고 바온 행성의 개들은 진화했다. 두 발로 걷고, 도구를 만들고, 말을 하기 시작했다. 지구에 사는 인간들처럼……. (9쪽)
인간들은 아무도 바온 행성을 탈출하지 못했다. 우주선은 고장 났고, 준비해 온 식량도 모두 바닥이 나 버렸다. 시간이 흐르면서 인간들은 몸집이 작아졌다. 말은 알아들을 수만 있게 되었다. 언제부터인지 동굴을 뛰쳐나가는 인간들이 생겨났다. 동굴은 답답했고 식량을 구하기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12쪽)
행여 다른 개들이 눈치를 챌까 봐 조금이라도 무슨 소리가 들리면 쉬었다 갔다. 차에 도착해서야 대장은 비로소 안심했다. 어린 인간을 차 뒷자리에 눕히고, 밖에서 보이지 않게 신문지를 여러 겹으로 덮었다. 가까이서 보니 남자아이였다. 대장은 어린 인간의 코에 귀를 대어 보았다. 숨소리가 거칠었다. 마음이 급해졌다. (28쪽)
“둘 다 잘 들어. 당분간 이 아이를 숨겨 놓아야 해. 난 다시 동굴 앞으로 가 봐야 하거든.” “이게 다 무슨 소리예요?” 배론의 말에 대장은 빠르게 설명했다. “내가 혼자서 잡은 걸로 해야 돈을 모두 챙길 수 있다고.” “윤의 종족인데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윤의 종족은 무슨? 자세히 봐.” 대장은 벽에 걸린 액자 속의 사진과 어린 인간을 차례로 가리켰다. (33쪽)
“아빠, 곱슬이가 우리랑 살았으면 좋겠어.” “곱슬이?” “응, 까만 곱슬머리라서 내가 그렇게 지었어.” 대장은 아들의 말에 빙그레 웃었다. 아직 곱슬이를 자세히 보지 못했다. 그동안 아프다고 해서 방에 들어가지 않았다. 곱슬이가 겁을 먹을 수도 있다며 배론이 못 들어가게 했다. (39쪽)
배론은 대장이 곱슬이를 잡아 온 게 싫었다. 그래도 경찰 앞에서는 곱슬이의 존재를 숨겨야 했다. 지금은 배론 자신만이 곱슬이를 보호해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경찰이 데려간다고 해도 다시 동굴로 데려다주지 않을 수도 있다. (49쪽)
대장은 곱슬이를 데리고 개들을 만나러 다니기 시작했다. 개들 말에 따르면 어린 인간은 동물원 한 군데밖에 없다고 했다. 그나마 병이 들어서 치료 중이라 구경조차 할 수 없었다. 대장은 먼저 동물원부터 들렀다. 어린 인간이 왔다는 말에 동물원의 모든 개들은 일손을 놓고 몰려들었다. (55쪽)
곧바로 배론은 대장 몰래 인권 운동을 하는 개들을 통해 박사 개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 개들은 인간을 사고파는 개들에 대해 빠삭했다. “배론, 그 개는 아주아주 나쁜 개예요. 겉으로는 인자한 척하지만 실험용으로 인간을 사들이고 있어요.” 배론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떤 실험?” “새로운 약을 개발하는데…….” (66쪽)
“윤의 종족에게 자유를.” 배론은 곱슬이에게 부랴부랴 옷을 입혔다. 안방 문에 귀를 대 보니 대장의 코 고는 소리가 요란했다. “여보, 미안해요.” 곱슬이를 절대 박사에게 팔 수는 없었다. 곱슬이를 발견했다는 동굴의 위치는 정확히 모르지만, 몇 군데 짐작 가는 곳이 있었다. 곱슬이와 다니며 찾아보면 될 것이다. (72쪽)
친치는 차를 가져가 재빨리 곱슬이를 태웠다. 그러고는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 배론에게는 나중에 말해 줄 생각이었다. 배론이 좋은 개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대장의 다그침에 곱슬이가 어디 있는지 말해 버릴지도 모른다. 섣불리 말해 줄 수는 없었다. (89쪽)
새벽녘이 다 되어서야 친치와 곱슬이는 동굴에 도착했다. 곱슬이가 발견되었던 동굴이었다. 제법 쌀쌀했다. 곱슬이 옷을 가져오지 않은 게 후회되었다. 친치는 자신의 외투를 그대로 곱슬이에게 둘러 주었다. “우리 꼽슬이가 이 옷이 맞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네.” (9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