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먹어도 맛있고 배부르고 고마운 ‘가늘고 긴 음식’ 이야기
그 맛이 정말 정말 궁금한 원조 평양냉면, 뜨거운 불 위에서 달달 볶아 낸 먹음직스러운 짜장면, 올리브유에 알싸한 마늘 향을 낸 파스타까지! 가늘고 긴 음식, 좋아하세요? 여기, 박물관 학교 선생님의 글과 다정하고 따뜻한 화가의 손 그림으로 가늘고 긴 음식의 역사가 아름답게 재탄생했어요. 일만 년 전 메소포타미아부터 오늘의 한국까지 아우르는 가늘고 긴 음식의 대장정을 가족과 친구, 선생님과 함께 만나 보아요. 쉽고 재미있는 음식 이야기를 통해 문화와 역사를 배우고, 깊이 공감하는 시간이 될 거예요. 맛있는 여행으로 여러분 모두를 초대합니다!
조물조물 돌돌 탁탁탁탁 후루룩 술술 꿀꺽! 쉽고 재미있게 맛보는 가늘고 긴 음식
조물조물 반죽하고 돌돌 말아 탁탁탁탁! 칼로 썰어 길게 만들어 후루룩후루룩 목으로 술술, 꿀꺽 넘어가는 맛있는 요리! 어때요, 듣기만 해도 군침이 확 돌죠? 이 맛있는 가늘고 긴 음식은 이제 전 세계에서 찾는 중요한 식량 자원이 되었어요. 지구촌 시대, 다양한 각 나라 요리를 시장과 마트에서 맛보고, 손쉽게 만들 수도 있는 이 음식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궁금하죠? 음식의 역사가 한눈에 펼쳐지는 듯한 생동감 넘치는 글과 마치 책 속에서 튀어나올 것만 같은 다채로운 색감의 생생한 그림이 만나 탄생한 가늘고 긴 음식 이야기를 함께 들어 보아요.
음식 속에 담긴 역사와 문화!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배우는 지혜
무려 일만 년 전 메소포타미아에서 밀 농사를 짓기 시작해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까지 전해진 가늘고 긴 음식의 기나긴 역사! 어떻게 21세기인 지금도 우리가 즐겨 먹는 음식이 될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면, 얼른 이 책을 펼쳐 보아요. 우리나라에 처음 가늘고 긴 음식이 전해진 건 고려 시대랍니다. 중국에 불교 공부를 하러 갔던 스님들이 유행하던 이 음식을 배워 왔어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름 장마 때문에 밀 농사가 어려웠고, 그래서 ‘메밀’ 농사를 지어 밀가루와 잘 섞어 가늘고 긴 가닥을 만들었지요. 또 조선 시대에는 다양한 곡식을 밀가루에 섞어 반죽하고, 칼로 썰어 길게 만들어 끓는 물에 삶아 고기 국물을 부어 갖가지 재료를 올려 맛있게 먹었어요. 이 음식은 조선 왕실에서도, 제사를 지내는 날에도, 결혼식과 같은 잔칫날에도 모두 모여 즐겁게 나누어 먹었답니다. 1950년 우리나라에 전쟁이 일어나 피난을 떠나야 했을 때도 사람들은 이 음식을 먹었고, 큰 공장이 들어서 모든 것이 기계화된 오늘날에도 이 음식을 즐겨 먹어요. 이제 직접 만들어 먹기도 하고, 쉽게 사 먹을 수도 있답니다. 음식 이야기 속에 깃든 역사와 문화를 알고 보니 참 놀랍지요?
요리하는 인류를 통해 살펴본 신기하고 놀라운 창의성
여름이면 장마가 쏟아지고, 또 벼농사를 주로 했던 우리나라에서는 밀가루가 아주 귀했어요. 그래서 조선 시대에는 ‘진 가루’라고 불렀답니다. 그럼 가늘고 긴 음식 만들기를 포기해야 할까요? 그럴 리가요, 우리 조상들은 지혜를 발휘했답니다. 부족한 밀가루에 콩, 녹두, 수수, 감자, 고구마, 옥수수 등을 가루로 만들어 섞어 반죽해서 가늘고 긴 음식을 쉽게 만들어 냈어요. 또 메밀이 많이 나는 강원도, 함경도, 평안도 지방에서는 밀가루에 메밀 가루를 섞어서 반죽했어요. 단단해진 반죽은 ‘나무 틀’을 이용해 가늘고 긴 가닥으로 만들 수 있었지요. 그 후 기계가 들어오면서 제조 방식도 발전했어요. 예로부터 우리나라의 많은 곡물이 모이는 곳이었던 구포 지방에는 30여 개의 공장이 있었고, 기계에서 뽑은 가늘고 긴 가닥을 바닷바람에 짭짤하게 말렸어요. 이렇게 만든 가닥은 오래오래 두고 먹을 수 있었답니다. 이제는 모든 것이 자동화되었고 우리는 공장에서 3분 만에 뚝딱 만든 가늘고 긴 음식을 즐길 수 있어요.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발전하면 또 그 속도에 발맞춰 변화를 거듭해 온 가늘고 긴 음식의 찬란한 역사 그리고 조상들의 지혜는 알면 알수록 흥미진진해요!
일만 년 전 메소포타미아에서 재배를 시작한 밀은 중국을 거쳐, 고려 시대 중국에 유학을 다녀온 스님이 우리나라에 전했어요. 밀가루에 물을 넣어 반죽하고 돌돌 말아 탁탁탁탁 칼로 썰어 만든 가늘고 긴 음식! 이 요리는 전국으로 퍼졌고, 조선 시대 왕실은 물론이고 6.25 전쟁 당시 피난민들도 이 음식을 나눠 먹으며 감정을 공유하고 배고픔을 이겨 냈어요. 중요한 식재료로 자리매김한 가늘고 긴 음식의 유래와 요리법, 먹는 방법을 쉽고 재미있게 만나 볼까요?
글쓴이 전재신
이화여대에서 화학을 공부하며 연구원을 꿈꾸었지만 아이들을 키우며 박물관을 알게 되었습니다. 박물관 교육을 공부한 후 10여 년 동안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아이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 『효명이와 성준이』, 『나는 오늘 왕이 되었어요』, 『꼭꼭 숨어라 용 꼬리 보일라』가 있습니다.
글쓴이의 말:
구포는 조선 시대에는 남쪽 지방에서 한양으로 나르기 위한 곡물이 모이던 곳이었고,
일제강점기에는 경부선 구포역이 들어서면서 일본으로 반출되는 곡물이 모였던 곳입니다.
1960~70년대 구포역에는 잘 말려 포장한 가늘고 긴 가닥을 팔러 가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가득했다고 합니다. 한때는 30여 개의 공장이 있었다고 해요.
휴대전화 속 지도를 보며 겨우겨우 찾아간 골목길 안의 허름한 3층 건물.
그곳에서는 아직도 롤러를 돌려가며 가늘고 긴 가닥을 뽑아 2층의 방에서 말리고 있었어요. 아직도 우리가 모르는 어딘가에서는 명품 국수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20년 넘게 단골인 우리 밀 음식점에 다시 한번 다녀왔어요. 여전히 지금까지도 우리나라의 전통 밀을 이용해 가늘고 긴 가닥으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계신 분도 있답니다.
어디서나 전 세계의 국수 요리를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요즘 우리나라 국수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 왔는지 생각해 보며 이 글을 마칩니다.
그린이 정유정
서울에서 태어나 한국화와 미술교육학을 공부했습니다. 그림책 『오리가 한 마리 있었어요』, 『딸기 한 포기』, 『썰매를 타고』를 지었고, 『고사리 손 요리책』, 『바위나리와 아기별』, 『내가 만난 나뭇잎 하나』, 『강마을 아기너구리』, 『나뭇잎은 왜 단풍이 들까요?』에 그림을 그렸어요. 지금은 나무와 풀이 가득 자란 시골집에서 자연과 닮은 어린이 책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답니다.
그린이의 말:
나는 국수를 좋아합니다.
호로록 호로록 소리 내며 먹는 것도 좋아하고
삶고, 비비고 볶고, 여러 가지로 요리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그런데 막상 그림을 그리려고 하니, 국수에 대해 아는 게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도서관으로 달려가 자료를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낯선 도시를 여행할 때면 혹시 새로운 자료를 만날까 기대하며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야 가늘고 긴 음식, 국수를 그릴 수 있었습니다.
어디에서나 쉽게 먹을 수 있는 국수 한 그릇에도 사람이 살아온 온 역사가 깃들어 있다는 걸 이 책에 그림을 그리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맑고 따끈한 국물에 길고 가느다란 국수를 떠올리면 마음속까지 따뜻하게 설렙니다.
함께 먹을까요?
세상에는 참 신기한 음식이 많습니다. 중국의 바다 제비집 요리, 프랑스의 달팽이 요리 등 외국의 진기한 요리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국수는 정겹고 맛있는 식사 메뉴이자, 요리하는 인류의 창의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발명품입니다. 꾸미지 않은 아름다운 글과 그림이 돋보이는 이 책을 따라가다 보면 농경의 탄생, 동서 문명 교류의 역사를 만납니다. 좋은 음식이 우리 몸의 보약이 되듯이 가늘고 긴 음식 이야기는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상상력과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합니다.―<누들 로드> 연출, (주)KBS 요리인류 대표 이욱정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