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도 얼음, 몸도 얼음. 꽁꽁 얼음이 되어 버렸어!
이건 비밀인데요. 나는 사실 최고의 말괄량이예요. 친구들은 이런 내 모습을 알면 깜짝 놀랄 거예요. 왜냐구요? 밖에서는 목소리도 얼음, 몸도 얼음이 되어 버리거든요. 친구들이 말 못 한다고 놀려대도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요. 엄마가 칭찬 스티커를 붙여준다고 해도 나는 엄마 아빠 말고는 이야기를 못 하겠어요. 이제 학교에 가는데 친구들과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놀고 싶은데 내 얼음을 ‘땡’ 하고 풀어 줄 마법 같은 방법 어디 없을까요?
집에서는 술술 잘 나오는데
왜 밖에만 나가면 딸깍 하고 막히는 걸까?
마녀에게 목소리를 빼앗긴 인어공주가 된 걸까요? 송이는 친구들 앞에만 서면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대요. 엄마 아빠 앞에서는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쉬지 않고 얘기하는 수다쟁이인데 말이죠. 밖에서 만난 송이는 마치 얼음처럼 꽁꽁 얼어 버렸어요. 그런 송이를 친구들은 말할 줄 모르는 이상한 아이라고 놀려요. 하지만 송이는 이상한 아이가 아니에요. 내숭쟁이, 부끄럼쟁이도 아니에요. ‘나도 말할 수 있어.’ ‘내가 그런 거 아니야.’ 하고 싶은 말이 이렇게나 많은데 왜 친구들 앞에만 서면 말이 나오지 않을까요? 엄마가 말해준 대로 놀리는 친구들에게도 하지 말라고 말을 해야 하는데 목소리는 이미 얼음이 되어 그 말조차 나오지 않아요. 송이의 꽁꽁 언 얼음을 ‘땡’ 하고 녹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얼음 아이』에서 함께 찾아볼까요?
“나랑 같이 놀자.” “난 부끄럼쟁이가 아니야!”
천천히 나의 목소리를 들어 주세요.
처음 보는 친구와 이야기하기란 쉽지 않아요. 다른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도 꽤 쑥스럽고요. 하지만 쉽지 않은 건 어른들도 마찬가지랍니다. 우리 조급한 마음은 접고 천천히 그리고 차근히 도전해 볼까요? 물론 부끄러움이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큰 불편함을 준다면 송이처럼 의사 선생님에게 선택적 함묵증 진단을 받고 상담 선생님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죠. 선택적 함묵증은 평소에는 말을 잘 하는데 특정 상황에서는 말을 못 하는 증상을 말해요. 송이의 이야기를 읽고 주변에 말이 없는 친구들이 떠오르지 않았나요? 맞아요. 모두 우리의 친구들이랍니다. 이제 송이처럼 말이 없어 이해하기 힘들었던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네고 천천히 대답을 기다려 볼까요? 그동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친구의 따뜻한 마음을 읽을 수 있을 거예요. 우리는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예요. 그리고 조금 느릴 뿐이랍니다.
송이는 친구들 앞에서 말하는 게 쉽지 않아요. 친구들은 그런 송이를 말 못 하는 아이, 내숭쟁이로 오해하기도 해요. 하지만 송이는 그런 아이가 아니랍니다. 집에서는 엄마 아빠 앞에서 오늘 있었던 일도 속마음도 씩씩하게 잘 얘기하거든요. 밖에서는 입을 꾹 닫은 송이의 마음속에 담아둔 이야기가 궁금한가요? 송이가 친구들과 나누고픈 말을 함께 들어보아요.
지은이 박선희
아름다운 경주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그림과 함께했고, 건국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한 후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 일러스트레이션과를 수료했습니다. 어린 시절에 그림책을 읽으며 꿈꾸던 세계를 아직도 기억하며 많은 아이들에게 그 경험을 전파하고자 행복하게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린 책으로는 『규칙이 왜 필요할까요?』, 『도서관에서 만난 해리』, 『간장 게장은 밥도둑』, 『감자는 똥을 좋아해』, 『뭐! 쓰레기 국을 먹었다고?』 등이, 쓰고 그린 책으로는 『잠자는 아이』가 있습니다.
나 이상한 걸까? 다른 친구들은 안 그러는데……. 나와 친구들을 비교하고 우울한 기분에 빠져 있지 않나요? 그럴 때는 기억하세요. 세상에 같은 존재는 아무것도 없다는 걸요. 이제 우리와 다른 친구들을 만나며 세상을 조금 더 넓게 바라볼 준비를 해 볼까요?
<모두 다른 우리는> 시리즈는 우리가 틀리다고 생각했던 ‘다른’ 아이들을 소개합니다. 첫 번째 <잠자는 아이>는 다른 친구들보다 잠이 많은 아이의 이야기를, 두 번째 <얼음 아이>는 다른 친구들보다 부끄러움이 많아서 친구들과 말하는 게 힘든 아이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