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기억하세요?
잘하는 거라곤 뛰고 나대고 첨벙거리는 것뿐이던, 반에서 기르던 생쥐를 고양이 밥으로 만들어 버린, 현장 학습에선 말도 없이 사라져 모두를 발칵 뒤집은 저를요.
선생님, 기억하지 못하셔도 괜찮아요.
제가 다 기억하고 있으니까요.
그때마다 선생님께서 내밀어 주신 손길도요.
선생님, 그런 제가 오늘 첫 일터에 나간답니다.
선생님이 되어서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와 헌신적인 선생님의 영원히 잊지 못할 한 해!
이 책의 주인공은 어떤 선생님에게도 쉽지 않은 아이일 겁니다. 소풍 가서 혼자 징검돌을 건너다가 물에 빠지고, 책을 소리 내어 읽으라 하면 목소리가 안 나온다며 목을 쥐고 캑캑거리고, 현장 학습을 가서는 아무도 모르게 지하실로 내려가 모두가 찾게 만들지요. 하지만 주인공의 선생님은 평범한 선생님이 아닙니다. 항상 아이의 말을 주의 깊게 듣기에 아이가 무엇을 어려워하는지 먼저 알고 손 내밀어 주는 지혜로운 선생님입니다. 아이가 읽기를 어려워하면, 읽기도 싹을 틔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걸리는 일임을 알려 주고 아이가 좋아하는 특별한 책을 선물하며 용기를 북돋아 주는 그런 선생님이지요. 아이가 두려워하거나 움츠러들지 않고 꾸준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요. 선생님의 이런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아이는 평생 잊을 수 없는 한 해를 보냅니다. 아이는 그렇게 건강하고 즐거운 한 해를 보내고 선생님께 마음을 담아 고사리손으로 직접 만든 선물을 준비합니다.
아이와 선생님 모두에게 특별한 선물이 될 그림책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에는 마을이 하나 필요하다 하지요. 자기 마음속을 살며시 들여다보고 따뜻한 격려를 해 주신 선생님 덕분에 아이는 어엿한 어른으로 자라나 내일이면 첫 출근을 합니다. 받은 사랑에 대한 예의로 좋은 선생님이 되어 또다시 새싹 같은 아이들을 무럭무럭 키워 낼 것입니다. 이 책은 선생님에게도 고마운 선물이 되겠지만 아이들에게도 자신의 선생님이 얼마나 특별한 분인지 알게 해 주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 책은 그림 또한 매우 특별합니다. 주로 주인공과 선생님에게만 밝은 색을 입히고 주변이나 다른 친구들에게는 어둡거나 흐린 색을 입혀 독자가 자연스레 주인공과 선생님에게 집중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런 시각 효과 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아이와 선생님의 공감과 신뢰가 쌓여 가는 것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샛노란 우비를 입고 첨벙거리며 등교한 새 학년 첫날, 교실 바닥에 물을 뚝뚝 흘리며 선 제게 용감한 탐험가 이야기를 들려주시며 눈높이 맞춰 토닥여 주신 선생님을 기억합니다. 수학이나 일기 쓰기보다 뜀뛰기나 달리기를 좋아하는 저는 거짓말을 하고, 개울에 빠지고, 현장 학습을 가서는 지하실로 사라지고, 낭독 시간에는 목소리가 안 나온다며 꽥꽥거렸지요. 선생님, 그런 제가 내일 첫 출근을 합니다.
글쓴이 데보라 홉킨슨
초등학교 2학년 때 담임이셨던 미셸 선생님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선생님을 환장하게 하지는 않았지만 수업 시간에 책을 숨겨 놓고 읽기는 했어요. 미셸 선생님께는 한 번도 걸려 본 적이 없는데, 아마 보고도 못 본 척하셨을 거예요. 한국에 소개된 책으로는 런던을 덮친 죽음의 그림자 콜레라를 다룬 청소년 역사 추리 소설 『살아남은 여름 1854』, 『소매치기 로코』 등이 있어요.
그린이 낸시 카펜터
어머니가 미술 선생님으로 계시는 초등학교에 다녔어요. 훗날 왜 미술 점수를 A를 주지 않았는지 여쭙자 어머니는 “너는 늘 뛰어난 학생이었지만 내가 널 편애한다는 오해는 사고 싶지 않았단다”라고 답하셨어요. 이 책은 『부엌의 패니Fannie in the Kitchen』와 전미도서관협회의 주목할 만한 도서로 선정된 『사과를 갖고 오리건으로Apples to Oregon』에 이어 데보라 홉킨슨과 함께 작업한 세 번째 책이에요.
옮긴이 길상효
엄마가 되어 어린이 책을 다시 손에 쥔 이후로 어린이와 청소년들과 함께 독서와 글쓰기를 하고 있어요. 지은 책으로는 『김치 가지러 와!』, 『최고 빵집 아저씨는 치마를 입어요』, 『해는 희고 불은 붉단다』, 『골목이 데려다줄 거예요』, 『아톰과 친구가 될래?』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꿈 배달부 톨리』, 『둥지 아파트 이사 대작전』, 『거미 엄마, 마망- 루이스 부르주아』, 『달려라 왼발 자전거』, 『산딸기 크림봉봉』, 『살아남은 여름 1854』, 『행복해라, 물개』, 『안아 드립니다』 등이 있어요.
스승과 제자의 공감과 신뢰에 대해 말하고 있는 책이다. 선생님께 받은 좋은 영향을 다음 세대에게 도로 돌려주는 소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커커스 리뷰』
이 책은 감동적인 편지글과 감정을 정확히 읽어 내는 회상 장면을 통해 장난꾸러기 초등학교 2학년 아이와 그 아이의 삶을 바꾼 선생님의 관계를 아름답게 담아내고 있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