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나는 당신들이 손가락질하는 창녀의 딸입니다.”
네 살. 나는 평범한 아이가 아니고, 엄마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에서 그것을 읽었다. 불쌍한 것. 가여운 것. 딱하기도 해라.
열두 살. 나는 창녀의 딸이라는 이유로 온갖 비난과 폭력을 당하며 짓밟혔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존재하려고 뛰었다. 동정은 사양해요. 운명도 거부해요.
열네 살. 나는 엄마가 창녀라는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누군가가 내 포용력의 한계를 넘었고, 나는 정신이 나갔다. 그만해! 입 닥쳐! 더러운 놈들은 네 놈들이라고!
열여섯, 나는 매춘부의 딸이다. 하지만 난 엄마를 사랑한다. 나에게 많은 사랑을 주었기에.
#매춘부의 딸 #비난 #편견 #폭력 #피해자 #여성 #달리기 #사랑
한나는 #매춘부의 딸이다. 한나가 선택한 삶이 아니다. 하지만 한나는 엄마의 직업이 창녀라는 것, 단 한 가지 그 이유로 온갖 핍박과 #비난을 감수하며 살아가야 했다. 아니, 살아내야 했다. 생일날 엄마와 상점에 가서 빨간 구두를 고를 때, 학교에서 새 학기마다 가족 환경 조사서를 써 오라고 할 때, 동네에서 길을 걸을 때, 남들처럼 유행에 따라 짧은 치마를 입을 때에도 온갖 #편견과 시선을 견뎌내야만 했다. 누군가의 일상이 한나에게는 매 순간 모험이다.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휘두르는 #폭력을 당해야 하는 한나는 명백한 #피해자이다. 하지만 가해자들은 자신이 가해자임을 인정하는 법이 없다. 도리어 피해자를 가해자로 몰아세운다. 한나의 엄마가 그랬듯이 그 누구도 한나를 보호해 주지 않았다. 위험에 처한 나약한 #여성을 돌아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래서 한나는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달리기 시작한다. 한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시선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여성으로 존재하기 위해 달린다. 그리고 잔디 트랙을 달리며 한 남자아이를 만난다. 곁에 있어도 자신을 내던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 진짜 내가 누구인지 알아줄 #사랑을.
죄 없는 자, 이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매춘부, 창녀, 성매매 여성……. 단어를 떠올리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이 책을 펼치기도 전에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매춘부의 딸, 그래서 어쩌라고? 매춘부를 옹호해 달라고? 매춘부는 아무런 죄가 없다고? 물론, 이 책이 매춘부를 옹호하려고 쓰인 것은 아니다. 다만 묻고 싶다. 우리가 매춘부에게 돌을 던질 자격이 있는가? 모든 잘못이 그 여자에게만 있는가? 한나의 엄마, 매춘부로 살아가는 올가 역시 피해자이다. 올가는 열 살에 삼촌에게 강간을 당하기 시작했고, 마을에서 열린 무도회에서 만난 남자를 믿고 따라갔다가 매춘 훈련소에 갇혀 침묵과 헌신을 강요받았다. 그리고 열일곱 살에 납치되어 지옥 같은 매춘부의 삶을 시작했다. 매춘부 여성들에게 빠져나갈 구멍은 없다.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려 할수록 상황은 나빠진다. 그들은 목숨이라도 지키기 위해 매춘부의 삶을 포기할 수 없다. 한나는 말한다. 소녀 올가가 거리를 떠돌며 욕망에 사로잡힌 남자들에게 몸을 팔 때, 누구도 소녀의 나이를 묻지 않았고, 도와주겠다거나 차 한 잔을 권한 사람조차 없었다고. 모두가 그 여자를 무시하고 비난했다. 그리고 그 여자의 딸도 마찬가지로 짓밟았다. 침묵과 폭력은 대물림된다. 모두가 가해자이다. 열여섯이 된 피해자 한나는 외친다. 이제 고개를 당당히 들고, 더는 침묵하거나 방관하지 않겠다고.
한나는 매춘부의 딸이다. 한나는 어렸을 때부터 다른 아이들과 자신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들은 한나를 불쌍히 여겼다. 그리고 이내 비난하기 시작했다. 너희 엄마, 그거잖아. 꺼져! 엄마의 직업에서는 악취가 난다. 인간들의 비겁한 냄새. 하지만 한나는 엄마를 사랑한다. 엄마는 받아 본 적 없는 많은 사랑을 주었기에. 사람들은 엄마가 매춘부란 이유로 한나를 짓밟는다. 그 누구도 지켜 주지 않는다. 그래서 한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서.
지은이 조 비테크
원래 배우로 활동했던 조 비테크는 일찍이 글쓰기로 전향했다. 영화의 시나리오를 썼고, 문화 및 문학 잡지에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2009년부터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그림책과 정보책을 집필하기 시작했고, 여러 작품이 15개 언어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청소년 소설 『망친 헤어스타일 (거의) 완전 정복』으로 2012년에 브리브-라-가이야르드 도서전에서 수상했다. 그밖에 지은 책으로는 청소년 스릴러물인 『급행 공포』, 『지옥의 겨울』 등이 있고, 페미니스트적인 우화 『언젠가 스케이트를 신고 나의 왕자님을 찾아 떠날 거야』가 있다. 가장 최근작은 청소년 소설 『우리 집에 영웅은 없어』가 있다. 현재 프랑스 남부에 거주하고 있다.
옮긴이 권지현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과 파리 통역번역대학원에서 번역을 공부했고, 지금은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에서 번역을 가르친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고, 지금도 보물찾기처럼 외국의 좋은 그림책을 찾아내서 번역하는 일을 가장 좋아한다. 옮긴 책으로는 『한 권의 책으로 세상을 바꾸었어요』, 『아나톨의 작은 냄비』, 『우리가 몰랐던 여행 이야기』 등이 있다.
<옮긴이의 글>
먼저 이 책의 제목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책의 원제는 『Une fille de…』로, 우리말로 하면 ‘…의 딸’이다. 여기에서 ‘…’이 가리키는 것은 프랑스어로 ‘pute’, 즉 매춘부이다. 원래 이 표현은 ‘딸’이 아닌 ‘아들’을 사용해서 쓰는 욕설이어서 ‘fils de pute’로 쓰고, 이를 영어로 번역하면 ‘son of bitch’ 정도 되겠다. 일상적으로 많이 하고 듣는 욕설이다. 그런데 저자가 일부러 ‘매춘부’라는 말을 생략한 이유는 무엇일까?
매춘은 청소년 소설에서 다루기에는 매우 무거운 주제이다. 이 직업군에 관한 우리의 편견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는 …의 딸입니다』는 편견에 대한 소설이다. 그 편견은 매춘부 당사자뿐 아니라 그 가족에게까지 내리꽂힌다. 한나는 자신의 엄마를 비난하는 우리에게 당신들의 아버지가, 남편이 바로 엄마의 고객인 것을 아느냐고 묻는다. 엄마가 납치를 당해 매춘부가 되었을 때, 미성년자인 줄 알면서도 도움의 손길을 뻗는 고객은 단 한 명도 없었다면서 비정한 사회를 탓한다. 물론 이 책이 매춘부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간이 인간답기를, 적어도 위선에서 벗어나기를 요구한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성매매는 심각한 사회 문제이다.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2016 성매매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한국 남성 중 절반 이상이 평생 한 번 이상의 성 구매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한 지자체에서 성매매 여성이 다른 경제 활동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하자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그 돈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건실한 청년들에게 나눠 주는 것이 훨씬 낫다는 주장이다. 누구의 말이 옳은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지만, 우리 사회가 최하층에 속하는 성매매 여성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나는 …의 딸입니다』는 아픈 소설이다.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한나는 달리기 시작한다. 그것은 울부짖음이다. 이 책은 한나를 통해 사회가 보듬어야 할 약자가 보호받지 못할 때 어떠한 고통 속에서 살게 되는지 낱낱이 그려 낸다. 다행히 무력했던 한나는 희망의 불씨를 만난다. 달리기를 통해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한나의 모습은 페미니즘과 맥락을 같이 한다. 한나가 남자친구 놀란을 만나 사랑하는 모습은, 여성의 적은 남성이 아니라 ‘비뚤어진 남성성’임을 깨닫게 한다.
한나가 꿈꾸는 사회가 바로 우리가 꿈꾸는 사회일 것이다.
“하룻밤에 남자 두 명과 키스한 여자는 예외 없이 헤프다고 낙인을 찍으면서 하룻밤에 여자아이 두 명과 키스를 했다고 자랑하는 남자아이를 부러워하지 않기를 꿈꾼다. …… 남자아이의 욕망이 여자아이의 욕망보다 앞서지 않는 학교, 비판보다는 협력이, 지배보다는 연대가 중시되는 학교를 꿈꾼다.”
서교동 작업실에서, 권지현
작가는 사회의 어두운 곳에 머무는 여자들에게 발언권을 부여하고 수치심, 남성의 이기적 욕망, 그리고 고통에 시달리는 매춘부라는 직업에서 인간으로서의 여성을 분리해서 그리고 있다. 작가는 한나라는 인물을 통해서 사춘기 여성의 심리를 미묘한 뉘앙스와 모순점까지도 정확하게 표현했다. 단어들은 한나가 달리는 속도처럼 전속력으로 지나간다. 그 단어들은 충격적이고 비현실적이기까지 하다. 그런 이야기가 현실이라고는 믿기지 않기에.
―프랑스 출판 전문 사이트 <악튀아리테> 서평
성매매에 관한 충격적이면서도 여운이 길게 남는 소설이다. 성매매는 소설로 다루기 어려운 주제이지만 늘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마약 거래에 이어 두 번째로 가장 큰 불법 시장을 형성한다. 성매매 여성에 대한 이해를 넓혀 주고 어쨌든 쓰러지지 않고 서 있는 그들에 대한 비난을 삼가게 하는 책이다.
—출판 전문 사이트 <리코셰> 서평
아주 짧은 소설이지만 한나가 느끼는 모든 감정을 전달하는 데 성공했으며 우리가 잘 모르는 성매매 여성들의 삶을 인간적인 시선으로 들여다보게 해 준다. 작가가 쓴 몇 마디 말, 몇 줄의 문장만으로 한나와 올가의 운명에 독자들의 마음이 움직인다. 책을 읽어 나갈수록 성매매에 대한 우리의 관점이 바뀐다. 아마도 그것이 작가가 이 책을 쓴 이유일 것이다.
—청소년 도서 추천 사이트 <리라도>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