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칼리오페 준. 달까지 날아갈 수 있으면 좋겠네.
그곳엔 나를 비웃거나, 뚫어지게 쳐다보거나,
팔불출이라고 놀리는 사람들은 하나도 없겠지.
투렛 증후군을 앓는 지은이가 어린 시절의 경험을 섬세하게 담아낸 운문 소설
캘리는 복합 틱 장애인 투렛 증후군을 앓고 있다. 이 병에 걸리면 시도 때도 없이 괴상한 몸짓을 하고 이상한 소리를 낸다. 엄마와 의사 선생님은 투렛에 걸린 걸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래서 캘리는 새로 전학 간 학교에서도 개구리 소리를 내는 팔불출 취급을 받는다. 캘리를 있는 그대로 봐 주는 사람은 옆집에 사는 학생회장 진송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매번 남자친구를 갈아 치우고 이사를 가 버리는 엄마 때문에 언제 열한 번째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될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캘리의 마음속에는 꿈 하나가 있다. 언젠가 달을 밟는 열세 번째 사람이 되는 것.
우리나라 초등학생 중 25퍼센트가 반복적인 몸짓을 하거나(운동 틱) 이상한 소리를 내는(음성 틱) 틱 증상을 경험하며, 틱을 앓는 초등학생 400명 가운데 1명은 운동 틱과 음성 틱을 모두 지속적으로 나타내는 투렛 증후군에 걸린다. 멀쩡한 외모로 이상한 행동이나 소리를 끊임없이 내기 때문에 투렛 증후군 환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상상 이상이라고 한다. 이 작품은 한창 예민한 사춘기 시절에 투렛 증후군을 앓는 캘리의 고군분투 성장기다.
공감을 극대화하는 캘리의 시와 생동감을 불어넣는 진송의 산문
캘리와 진송의 시점을 번갈아 취하는 이 소설은, 캘리의 이야기는 시로, 진송의 이야기는 산문으로 쓰여 있다. 캘리의 상황과 감정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시 덕분에 독자들은 캘리에게 깊이 공감하게 된다. 캘리가 처한 상황과 느끼는 감정이 여백과 여운을 주는 시라는 문학 형식과 퍽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인 것 같다. 시가 대체로 짤막해서 술술 잘 읽히는 장점도 있다. 캘리의 이야기에서는 외로움과 고통, 체념 같은 것들이 읽혀 가슴이 먹먹하기도 하지만, 사춘기 소녀 특유의 감수성이 느껴져 마음이 설레기도 하다. 한편 진송의 이야기는 산문으로 속도감 있게 전개되기에 글 전체에 생기를 불어넣으며 균형을 잡아준다.
집단 괴롭힘의 ‘방관자’에서 ‘방어자’로
친구들이 무리 지어 한 친구를 괴롭히는 상황을 접하게 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까? 진송의 이야기는 이런 상황에 놓였을 때 우리 대다수가 보일 모습을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아무 편견 없이 보았을 때는 호감까지 느낀 친구를 다른 친구들의 편견에 이입해 저울질하고 판단하면서 적어도 나는 주도적으로 친구를 괴롭히지는 않았다는 자기 합리화에 빠져 허우적대던 방관자가 괴롭힘은 잘못이라고 소리 내어 말하는 방어자가 되기까지의 내적 갈등을 이겨 내는 과정을 진송의 이야기를 통해 아주 현실적으로 잘 그려 냈다. 모두가 방관자일 때는 그 괴롭힘이 심각해질 수밖에 없지만, 단 한 사람의 방어자만 있어도 집단 따돌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최초의 방어자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누군가는 용기를 내야 할 것이다. 그런 용기를 내준 진송의 우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있는 그대로의 나’로 모두에게 인정받기
작품의 끄트머리에 이르러서야, 캘리는 그동안 엄마에게 말하지 못한 자신의 억눌린 감정을 터뜨린다. 잦은 이사가 얼마나 싫었는지, 자신에게 친구가 얼마나 필요했는지, 투렛을 숨기라는 엄마가 얼마나 미웠는지를. 그제야 엄마는 캘리의 고통을 새삼스럽게 인식하게 되고, 또 캘리는 혼자 자신을 키워야 했던 엄마가 받았을 상처와 느꼈을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다. 그러고 나서 캘리는 전학 간 새 학교에서 자신에게 투렛 증후군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담담하게 밝힌다. 캘리는 이제 숨기고 싶은 비밀과 상처도 일단 말해 버리고 나면, 오히려 그로 인한 두려움과 아픔이 옅어진다는 것을 알게 된 걸까? 우리에게도 캘리처럼 남에게 숨기고 싶은 무엇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세상의 잣대와 타인의 시선에 부합하지 않은 어떤 것 말이다. 하지만 당황스러움, 고통, 두려움을 이겨 내고, 자신의 모자란 부분까지도 고스란히 인정하며 수용하는 용기야말로 우리 안에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일 때 얻을 수 있는 자유와 힘, 그리고 마음을 열고 서로 함께할 때 느낄 수 있는 기쁨을 캘리와 함께 맛볼 수 있기를 바란다.
투렛 증후군을 앓는 지은이의 경험이 반영된 현실적인 이야기
이 책의 지은이 엘리 테리도 투렛 증후군을 앓고 있다. 독자들이 캘리의 이야기에 이질감 없이 깊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작가 자신의 경험이 이야기 속에 스며들어 있는 덕분이 아닐까. 캘리가 달에 보이는 관심이라든지, 꽃에 대한 이야기들, 그리고 투렛에 대한 의사와 엄마의 조언도 모두 지은이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지극히 현실적인 이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는 그 속에서 우리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다시금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사춘기에 접어든 소녀와 소년의 풋풋한 일상과 함께.
캘리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얼굴을 찡그리거나 이상한 소리를 내곤 한다. 투렛 증후군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캘리는 새로 전학 간 학교에서도 여태껏 그런 것처럼 그 사실을 숨기려 하지만, 새 학교의 아이들은 캘리가 이상하다는 것을 금세 알아차린다. 웃지 못할 소동 끝에 학교에 겨우 적응해 갈 무렵, 캘리는 엄마 때문에 또다시 이사를 가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제 겨우 친구를 사귀고, 마침내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점을 받아들이게 된 이 시점에…….
지은이 엘리 테리
투렛 증후군이 있는 시인이자 작가이며 독자입니다. 브라우니 굽는 것을 아주 좋아하고, 달을 너무 사랑하여 언제나 올려다봅니다. 현재 유타주에서 남편과 세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으며 앞으로 어린이 책을 꾸준히 쓸 예정입니다. 이 책이 첫 번째 소설입니다. 홈페이지: ellieterry.com
옮긴이 이은숙
대학에서 영어학을, 언론대학원에서 영상을 전공하고 영어 교육 전문 출판사에서 교재 편집자로 일했습니다. ‘한겨레 어린이-청소년 책 번역가 그룹’에서 번역을 공부했으며, 외국의 좋은 책을 국내에 소개하고 번역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은이 엘리 테리는 산문시와 자유시를 넘나들며 투렛 증후군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솜씨 좋게 그려 낸다. 투렛 증후군이 있는 사람들은 욕설을 내뱉는다는 잘못 알려진 상식을 깨뜨리며, 예측할 수 없는 갑작스러운 몸짓 때문에 캘리가 느끼는 당혹감과 공포감을 고스란히 잘 보여 주고 있다. 캘리가 자신의 병을 탐구하고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은 독자들의 가슴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이다. 소장품에 더해도 얼마든지 좋을 작품이다.―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 특별 서평
투렛 증후군을 앓는 지은이 엘리 테리는 이 책을 통해 사람들이 투렛 증후군에 관해 자주 오해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해 준다. 캘리의 이야기는 운문으로 진송의 이야기는 산문으로 쓰여 있다. 캘리의 불안에 대한 시적 탐구와 진송의 도덕적 갈등은 솔직하고도 감동적이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이 이야기는 우정과 수용에 관한 의미 있는 메시지를 두 명의 진심 어린 목소리로 전하고 있다. 사실적이면서 인물 중심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꼭 맞는 작품이다. ― 『북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