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저지른 비참한 현실을 맘 굳게 먹고 이겨내려는
상상력 넘치는 난민 소년의 파란만장 여행 이야기
내 이름은 나즈. 엄마 아빠와 헤어져 전쟁 없는 곳으로 가기 위해 길을 나섰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신밧드의 모험』 속 신밧드처럼 나도 일곱 번의 여행을 했지. 국경을 넘기까지 말이야.
바람이 세차게 부는 속에 수많은 천막이 쳐진 곳, 그곳이 나의 첫 번째 여행지였어. 끝없는 사막을 버스로 내달렸던 게 내 두 번째 여행길이고, 눈 쌓인 험한 산에서 늑대를 만나 정신없이 도망쳤던 게 내 세 번째 여행길, 항구 근처의 대도시에서 오갈 데 없는 신세로 지냈던 게 나의 네 번째 여행이야. 해양 경찰을 피해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다 검은 파도 속에 풍덩 빠졌던 다섯 번째 여행, 양을 실은 화물 기차를 타고 갔던 별게 없던 여섯 번째 여행, 그리고 마지막으로, 처음 보는 가족에 휩쓸려 얼렁뚱땅 국경을 넘었던 일곱 번째 여행까지.
이 여행이 끝나면 나는, 전쟁 없는 곳에서 엄마 아빠를 다시 만나 해피엔딩을 만들 수 있을까?
두 눈 질끈 감고 주문을 외워볼래.
난 신밧드이고, 이 현실은 이야기 속이라고.
엄마, 아빠, 형, 동생을 가족으로 둔 나즈는 다정한 아빠가 밤마다 들려주는 이야기가 세상에서 제일 좋았어요. 그중에서도 특히 모험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즈는 『신밧드의 모험』 속 신밧드를 가장 부러워해요. 이야기 속 신밧드는 일곱 번이나 길을 떠나는데 그때마다 넓은 세상을 만나 모험을 겪거든요.
그러다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나는 어느 날, 실은 천둥소리가 아닌 폭탄 소리라는 걸 안 순간부터, 나즈의 모험은 시작돼요. 나즈가 그토록 바라던 모험이었어요. 하지만 모험은 언제나 혼자 떠나야 하는 걸까요? 전쟁으로 뿔뿔이 흩어진 가족을 뒤로 할 수밖에 없는 모험이었죠. 나즈가 바랐던 모험은 이런 게 아니었어요. 그래도 어쩔 수 없었지요. 전쟁으로 인해 나즈의 일상은 상상력을 동원해 이야기 속이라고 믿지 않으면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 되어요. 천둥소리 대신 폭탄 소리가 나고, 사람들은 불길과 연기 속을 내달리고, 어른들의 이기심과 탐욕으로 아이들이 울어대는 곳. 이제 이곳이 나즈가 사는 곳이에요.
전쟁, 피난, 돈, 탐욕스럽고 몰인정한 어른들, 아동노동착취…
신밧드라면 어떻게 했을까?
독일 베를린에 가면 전쟁도 없고, 일자리도 많고, 좋은 집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은 나즈 가족으로 하여금 피난이라는 위험한 모험을 강행하게 해요. 부족한 돈 때문에 엄마 아빠는 나즈 형이 먼저 가 있는 베를린으로 나즈만 먼저 떠나보내요. 돈만 밝히는 불친절한 어른들과 낯선 환경이 나즈에게 자꾸 물어요. “신밧드라면 어떻게 했을까?”라고요.
여행길에 만난 또래 소녀 크리샤는 나즈의 유일한 친구가 되어요. 크리샤는 자신을 신밧드라 부르는 나즈가 이상하기만 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열 수 있는 유일한 친구로 나즈와 함께해요. 돈 때문에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고 윽박지르는 어른들을 피해 나즈와 크리샤는 있는 힘껏 도망쳐 ‘꿈의 도시’ 베를린으로 계속 향해 가요. 바다를 건너기 위해 불법으로 탄 배에서도 몰인정한 어른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으로 둘은 검은 파도 속에 빠져 버리면서 헤어지게 되지만, 결국 다시 만나게 되지요. 바로 그들이 바라던 꿈의 도시, 베를린에서요. 하지만 나즈와 크리샤는 꿈의 도시 속에 있어도 외로워 보였어요. 전쟁도 없고, 윽박지르는 어른도 없지만 왜 둘은 행복하지 않을까요? 전쟁 없는 곳이라면 행복할 수 있을 거라 믿었는데 말이에요.
내 이름은 나즈. 엄마 아빠와 헤어져 전쟁 없는 곳으로 가기 위해 길을 나섰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신밧드의 모험』 속 신밧드처럼 나도 일곱 번의 여행을 했지. 국경을 넘기까지 말이야.
바람이 세차게 부는 속에 수많은 천막이 쳐진 곳, 그곳이 나의 첫 번째 여행지였어. 끝없는 사막을 버스로 내달렸던 게 내 두 번째 여행길이고, 눈 쌓인 험한 산에서 늑대를 만나 정신없이 도망쳤던 게 내 세 번째 여행길, 항구 근처의 대도시에서 오갈 데 없는 신세로 지냈던 게 나의 네 번째 여행이야. 해양 경찰을 피해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다 검은 파도 속에 풍덩 빠졌던 다섯 번째 여행, 양을 실은 화물 기차를 타고 갔던 별게 없던 여섯 번째 여행, 그리고 마지막으로, 처음 보는 가족에 휩쓸려 얼렁뚱땅 국경을 넘었던 일곱 번째 여행까지.
이 여행이 끝나면 나는, 전쟁 없는 곳에서 엄마 아빠를 다시 만나 해피엔딩을 만들 수 있을까?
글쓴이 제냐 칼로헤로풀루
그리스 아테네에서 태어나 영국 런던에서 공연예술을 공부했고, 50여 편의 연극과 40여 편의 영화 제작에 참여했어요. 1972년부터는 작은 문이라는 뜻의 ‘미크리 포르타’라는 극단을 운영하며 그리스 아동, 청소년 공연예술 분야를 이끌고 있습니다. 외국 작품 번역은 물론이고 직접 창작한 여러 편의 극본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고, 1984년부터는 아테네에서 극장을 운영하고 있어요.
글쓴이 마이크 케니
영국을 대표하는 아동, 청소년 연극 분야의 전문가로 해럴드 핀터, 톰 스토파드 등과 함께 현존하는 최고의 영국 극작가 10인에 선정되기도 했어요. 지금까지 극본을 집필한 40여 편의 연극이 영국 및 세계 곳곳에서 공연되고 있고요. 젊은 시절에는 교사 연수를 받고 배우로도 활동하다가 아동, 청소년 연극 대본 집필을 시작한 뒤로는 한길만 걷고 있답니다. 현재 가족과 함께 뉴욕에 살아요.
그린이 바실리스 셀리마스
그리스 아그리니오 출신으로 아리스토텔레스 대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했어요. 다수의 공동 전시 및 개인전을 개최한 화가로, 그의 작품들을 루치아노 베네통 컬렉션, 프리시라스 미술관 및 여러 개인이 갖고 있어요. 현재 여러 기관과 학교에서 회화와 미술을 가르치고 있으며 2016년에는 직접 쓰고 그린 첫 그래픽 노블 『니오, 어떤 작은 이야기Nio, one little story』를 출간했어요.
옮긴이 길상효
엄마가 되어 어린이 책을 다시 손에 쥔 이후로 어린이, 청소년과 함께 독서와 글쓰기를 하고 있어요. 지은 책으로는 『점동아, 어디 가니?』, 『그 말 내가 전할게』, 『김치 가지러 와!』, 『최고 빵집 아저씨는 치마를 입어요』, 『해는 희고 불은 붉단다』 등이, 옮긴 책으로는 『선생님, 기억하세요?』, 『꿈 배달부 톨리』, 『둥지아파트 이사 대작전』, 『거미 엄마, 마망─루이스 부르주아』, 『달려라 왼발 자전거』, 『산딸기 크림봉봉』, 『살아남은 여름 1854』 등이 있어요.
솔직담백하게 묘사한 어린 난민들의 고된 여정과 결코 밝은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 결말이 묵직한 서사를 완성한다. 어린 난민들을 축소해 표현한 흑백 삽화 역시 이들을 끊임없이 위협하는 여정을 독자들에게 생생히 전한다.
-마리사 데카스트로 Marisa Decastro
중요한 이슈를 꾸밈없는 문체로 아름답고도 격정적으로 풀어낸 예술 작품!
-일리어스 카렐라스 Ilias Karellas